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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전원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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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전원야구

입력
2009.09.21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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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서독 월드컵에서 네덜란드 대표팀을 지휘한 리누스 미셸 감독은 전혀 새로운 개념의 축구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공격수는 공격만, 수비수는 수비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전원 공격 전원 수비로 전력을 극대화하는 축구, 즉 토털 사커(Total Succer)였다. 네덜란드는 결승에서 베켄바워를 앞세운 서독에 막혀 준우승에 그쳤지만, 88유로컵에서는 우승컵을 거머쥐어 토털 사커의 위력을 입증했다. 세계 축구사는 토털 사커 이전과 이후로 구분된다고 할 만큼 토털 사커의 등장은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 야구에도 토털 개념이 등장했다. 토털 베이스볼, 즉 전원야구다. 세계야구를 양분하던 미국 메이저리그의 롱볼, 일본의 스몰볼 야구와 다른 제3의 스타일이다. 장타와 정면 대결의 화끈한 승부를 펼치는 롱볼과, 감독의 다양한 작전과 세밀한 주루플레이 수비가 특징인 스몰볼은 선명히 대비되지만 주전과 스타 중심이라는 점은 같다. 전원야구는 주전ㆍ비주전이 따로 없고 특정 스타에 의지하지 않지만 속도와 파워가 있다. 2007년 SK와이번스 김성근 감독은 팀원을 고루 기용하는 전원야구로 1위를 독주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쾌거를 이룩한 김경문 감독과 올해 3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을 이끈 김인식 감독도 전원야구를 구사했다. 한국 야구의 대명사가 된 전원야구는 전원에게 혼신의 경쟁을 시키되 통합ㆍ조화를 통해 전력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감독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하토야마 유키오 신임 일본총리가 새 정권 출범에 즈음해 민주당 의원들에게 전원야구를 주문했다. 관료사회 개혁 등 메이지 유신 이후 141년 만의 일본 개조를 위해 각자가 자신의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 하자는 것이다.

■ 난제가 산적한 일본사회에서 하토야마가 어떤 리더십으로 전원야구 정치를 이끌어갈지 궁금하다. 우리도 야구 정치가 펼쳐질지 주목된다. 정운찬 국무총리내정자가 경기 해설을 했을 정도의 야구전문가여서다. 물론 대통령이라는 총감독이 있어 내각을 통할하는 데 얼마나 독자적으로 자기 스타일을 구사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과 화합을 이루려면 내각은 물론, 여야와 사회 각계각층이 각자 포지션에서 역량을 발휘하게 하는 전원야구 정치가 정 내정자에게도 답이 아닐까.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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