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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영화 '해운대' 유출범은 잡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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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영화 '해운대' 유출범은 잡혔지만

입력
2009.09.18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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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대로 영화 <해운대> 는 8월25일 중국 전역에 개봉됐으나 모든 것이 어긋났다. 당초 목표인 600개 스크린에서 상영하지 못했고, 중국 상영 한국영화로는 최고 흥행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도 빗나갔다. 개봉 사흘 뒤 국내 인터넷에 유포된 <해운대> 불법복제 동영상으로 중국 길거리에 불법 DVD가 좍 깔렸기 때문이다.

홍콩에서도 길거리에 불법 DVD가 나와 한국영화 사상 최다인 30여 개 스크린을 잡으려던 수입사는 고민에 빠져 있다고 한다. <해운대> 는 중국에서만 100억원(추정)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불법복제 강국, 인터넷 강국을 자랑하며 마구잡이로 저질러온 불법복제와 불법다운로드가 부메랑이 돼 우리 발등을 찍은 셈이다.

<해운대> 의 불법동영상 유포는 저작권법에 대한 무심함과 불법복제에 대한 죄의식 없는 우리 사회의 합작품이다. 장애인을 위한 음향 해설 작업을 하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직원이 별 생각 없이 "너만 보라"며 중국으로 유학 가는 친구에게 파일을 주었고, 그 친구가 P2P사이트에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네티즌들이 퍼 나르면서 <해운대> 는 극장 상영 중에 불법동영상과 DVD가 국내외에 퍼진 첫 한국영화가 됐다. 할리우드가 한국에서 영화를 세계 최초로 개봉하는 이유를 알 만하다.

<해운대> 사건은 불법복제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정부의 빠르고 강력한 대응과 처벌의지, 감독과 영화제작사의'문화 애국주의'적 호소 덕분이다. 그러나 강력한 법과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불법다운로드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제2의 <해운대> 는 또 나올 수 있다. 2007년에 비해 지난해 인터넷 불법다운로드 적발건수가 두 배(2,813만)로 늘었다. 특히 영상물의 경우는 4배나 늘어 피해규모가 2조7,000억원에 이른다. 영화가 부가시장을 상실한 것도, 그 결과 수익성 -30%를 기록한 것도 다 이 때문이다.

불법복제는 단순한 개인적 범죄가 아니다. 우리의 문화경쟁력까지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음을 <해운대> 에서 확인했다. 이런데도 계속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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