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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뉴욕을 활보하는 아프리칸 파워, 패션도 오바마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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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뉴욕을 활보하는 아프리칸 파워, 패션도 오바마 효과

입력
2009.09.18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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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패션계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글로벌 경기에 대한 희망으로 활짝 피어났다. 9~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라이언파크에서 펼쳐진 '뉴욕 패션 위크'는 흑인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와 그에게 거는 미국인들의 기대를 반영하듯 아프리칸 돌풍이 거셌다.

이와 함께 공식 후원사인 메르세데스 벤츠의 초고가 자동차 바로 옆에 맥도날드의 초저가 커피점이 나란히 들어선 진풍경은 불경기에서 아직은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미국의 단면을 보여 줬다.

무엇보다 소매 경기를 살리자는 취지 아래 뉴욕 패션계의 별들이 총출동한 '패션 나이트 아웃' 행사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편에서는 "부자들을 위한 잔치"라는 비아냥이 나왔지만 어려울 때 일수록 힘을 뭉치는 뉴욕 패션계의 저력을 보여 줬다.

2010년 봄·여름 트렌드를 제시하는 이번 뉴욕 패션 위크는 행사 기간에 유엔 관련 회의, MTV 뮤직 어워드, 뉴욕시장 및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겹쳐 맨해튼 내 호텔이란 호텔은 전부 동이 나 버렸다.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 시즌에는 계획됐던 쇼를 취소하는 디자이너가 많았지만 올해는 공식 스케줄이 잡혀 있는 디자이너들과 행사 기간에 별도의 쇼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디자이너들까지 합치면 어림잡아 200팀을 웃돌았다.

올해 가장 주목받은 것은 아프리칸 파워의 대약진이었다. 미국인 거의 모두가 열광하는, 어쩌면 아이돌을 방불케 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영향이 크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지금 뉴욕에서 흑인의 파워가 이전에 비해 얼마나 커졌나를 실감할 수 있었다.

흑인 디자이너와 모델들이 다수 등장했는데 특히 아프리카 출신의 4명의 디자이너그룹쇼 아리즈가 단연 화제였다. 미국에서 자란 흑인이 아닌 아프리카에서 나고 자란 4명의 무대는 '곧 그들의 시대가 도래하겠구나'라는 경탄을 자아낼 만큼 대담하고 독창적이었다.

쇼장을 빠져나오는 관객 대부분이 전화 통화를 하며 '원더풀' '판타스틱' 해 가며 놀라움을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흑인들이 미국 사회에서 받은 푸대접을 생각하면 잘됐다 싶지만 흑인 파워의 강세는 아세안 등 다른 소수민족에게는 또 다른 소외와 차별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생긴다.

이번 행사에서는 종전엔 볼 수 없었던 엄청난 이벤트도 벌어졌다. 이름하여 '패션 나이트 아웃'(Fashion Night Out). 뉴욕 패션 위크 개막 하루 뒤인 10일 열린 이 행사는 하루 동안 각 백화점과 패션 가두 매장들이 밤 늦게까지 폐점을 늦추고 내방객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나 선물을 선사하는 이른바 '소매 촉진 대작전'이었다.

할리우드 유명인을 비롯해 패션계의 굵직한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는데 그 중에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사라 제시카 파커나 패셔니스타로 이름 높은 여배우 케이트 허드슨 등 보다 더 눈에 띄는 여인이 있었으니 미국판 보그의 편집장 안나 윈투어였다.

여간해서 패션 행사 이외의 공식 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유명한 그가 얼마 전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과 함께 패션 나이트 아웃 행사의 기자회견에 나섰다. 또 이 콧대 높은 명품 애호가가 다른 출연자들과 똑같은 T셔츠를 입고 행사의 홍보 광고 촬영도 했다.

행사 당일에는 맨해튼이 아닌 퀸즈에 위치한 메이시스백화점에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를 대동하고 나타나 열기를 고조시켰다. 뉴욕에서도 빈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인 퀸즈에서 그가 "지금이 이럴 때냐"는 누군가의 비아냥과 함께 달걀 세례를 당했다는 소문도 떠돌았다.

패션 나이트 아웃 행사는 표면적으로는 전 세계 동시 개최라는 슬로건 아래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밀라노 등 패션을 대표하는 도시들에서 같은 날 열렸지만 결국 뉴욕 패션 위크 기간에 맞춰 뉴욕에 거의 모든 유명인들이 모여 북새통을 이뤘다. 세계 최대의 패션 소비 시장 뉴욕의 위상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뉴욕 패션 위크의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그간 텐트 안을 가득 채웠던 럭셔리한 서브 스폰서들과는 달리 실속 위주의 스폰서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여전히 메인 스폰서 메르세데스 벤츠의 새로 나온 날렵한 컨버터블이 한 켠에 멋지게 전시되어 있지만 그 바로 옆에는 맥도날드의 저가 커피점 맥카페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또한 반대편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홈쇼핑 채널의 하나인 QVC가 리포터를 동원해 라이브로 현장을 중계했다. 경제 침체의 여파가 뉴욕 패션 위크에 '꽃보다 실속'이라는 명제를 던진 셈이다.

이번 행사에는 앤디앤뎁 최범석 등 한국 디자이너들도 참가했는데 아직은 신인에 불과해 현지에서의 반응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가끔 한국에 가면 뉴욕에 진출한 한국 디자이너가 대단한 성공을 거둔 듯 포장돼 있는 것이 안타까울 때가 있다.

한국 디자이너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정말 뉴욕에서 인정받고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과대 포장 대신, 철저히 뉴욕에 로컬화한 브랜드를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JOEL KIMBECK)

뉴욕= 재미 문화칼럼니스트 조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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