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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원 자세 되돌아보게 한 손배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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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원 자세 되돌아보게 한 손배소송

입력
2009.09.18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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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변호사가 국가정보원의 민간사찰을 주장하고, 국정원이 박 변호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손배소를 제기함으로써 정치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쟁점은 두 가지다.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하는 것이 법 논리 상으로 타당한지, 국정원의 사찰이 사실인지 여부다.

전자에 대해 박 변호사 등은 추상적 실체인 국가는 인격권이 없어 명예훼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를 편다. 반면 법적인 명예의 주체에는 자연인과 더불어 법인, 기타 단체까지 포함되므로 국가도 해당한다는 견해가 맞선다. 실제로 행정부처가 소를 제기하는 경우 통상 '대한민국'이 소송주체가 되고 법무부장관이 법률상 대표가 된다. 깊은 법적 논의와 판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핵심은 역시 민간사찰 여부다. 박 변호사는 사례를 들어 자신이 간여하는 희망제작소나 아름다운가게 등 진보적 성향을 지닌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에 대해 국정원이 여러 형태로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국정원의 소 제기는 이에 대한 강력한 부인이다. 진상이 어떻든 '기관의 민간사찰'이라는 구시대의 악몽이 현실적 두려움으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데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군기무사가 해외에서의 민간사찰 의혹을 받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경우다.

국정원법은 국내활동의 직무범위를 대공ㆍ대정부전복ㆍ방첩ㆍ대테러ㆍ국제범죄조직 관련으로 명확히 특정하고 있다. 기무사도 군사기밀보호법 관련 등에 한해 민간을 조사할 권한을 인정받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정보기관들이 여론동향 등 국내문제에 부쩍 관심을 갖고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얘기가 여러 곳에서 들리는 판국이다.

국정원 등은 행여 국가와 정권을 혼동해 오해를 살 만한 소지가 없도록 자세를 재차 가다듬기 바란다. 원칙을 벗어나는 행위는 도리어 정권의 명예와 명운을 위협하는 중대사태로 발전할 수도 있다. 박 변호사에 대한 소송은 국정원 입장에선 이겨도 져도 실익이 없다. 혹 억울한 측면이 있다 해도 대국적 차원에서 소를 취하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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