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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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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입력
2009.09.16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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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으로 서서히 말라 죽어가는 한 남자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죽음을 지켜보는 장례지도사 여자의 이야기라니. 대놓고 눈에 채워진 액체를 모두 쥐어짤 듯이 덤비는 영화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영화 참 쿨하다. 스크린을 눈물 콧물 범벅으로 만들며 눅눅한 궁상을 떨기보다 관객에게 묘한 쾌적함과 상큼한 눈물을 안긴다. 엔딩 크레딧이 오를 무렵 관객의 얼굴엔 짠내 나는 눈물 대신 레몬 향을 머금은 생수가 번질 듯하다. 신파라는 덫에 곧잘 사로잡히는 한국영화로서는 보기 드문 성취다. 물론 손수건을 흠뻑 적실 각오로 극장을 찾은 관객이라면 실망하기 십상이겠지만 말이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지수(하지원)를 만난 종우(김명민)가 자신의 시한부 인생을 무덤덤하게 말할 때부터 이 영화는 자신의 성격을 명료히 한다. "총 맞았지 뭐. 한 2년 남았나… 나 억울해서 절대 안 죽을 거거든."

'냉큼'이라는 문어체 단어로 세상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성격을 드러내는 지수의 행동과 말도 만만치 않다. 병원 침대와 샤워실에서도 몸을 던지는 이 여자의 대범한 대사들. "지금을 불살라라." "느낄 수 있을 때 많이 느껴야지."

영화는 종우의 병실 동료 환자와 그 가족의 사연들로 이야기의 폭을 확대하며 사랑의 정의는 무엇이고, 죽음의 의미는 무엇인가 쉼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쉬 결론 내려 하지 않는다.

대신 묵묵히 두 사람의 순애보를 바라보며 영화는 한 가지만은 분명히 전한다. 지고지순한 사랑은 이 험난한 세상에 아직 존재한다고.

박진표 감독은 전작 '죽어도 좋아'와 '너는 내 운명'에서 동어반복한 사랑의 절대성을 여지없이 적용한다. 다른 점은 물론 '쿨함'이다. 너무 뻔한 줄거리의 이 영화, 쿨하게, 아주 쿨하게 가슴을 찢는다. 24일 개봉, 12세 관람가.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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