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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야당 키우는 정치제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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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야당 키우는 정치제도를

입력
2009.09.16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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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의 인사 직후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42.2%, 총리 내정에 대한 지지도 42.7%, 한나라당에 대한 정당지지도는 33.7%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도도 27.7%로 이전보다는 높아졌다. 하지만 5월 23%, 6월 24.75%에서 33.4%로 급등한 한나라당 지지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는 낮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앞섰던 5월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던 무렵이고, 6월 말 18%대에 머물던 지지도가 그나마 27%대로 올라선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의 영향이라는 점을 결코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민주당은 두 번에 걸친 지지율 상승의 기회를 흘려 보내고 있는 듯하다. 비정규직법 연장을 놓고도 여야 간 협상 결렬의 책임을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말았다. 미디어 관련법 처리도 결사반대만 외치다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쌍용차 사태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대책 하나 내놓지 못하고 경찰의 강경 진압을 사실상 방조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최근엔 총리 내정자가 툭 던져 놓은 세종시 계획 수정 발언에 흥분한 채 정신을 못 차리는 모습이다.

이 모든 국면에서 민주당이 주도한 정책은 단 한 가지도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은 대통령과 여당이 제기하고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그리 성공적이지도 않은 결사반대만 외치고 있을 뿐이다. 민주당에 대한 모든 비판과 실망의 근원은 궁극적으로는 비전 제시 실패와 정책 대안의 부재로 압축된다.

어째서 야당의 목소리는 국회 내에서 소외되고 거리로 내몰리기만 하는가? 비전을 제시하고 설득력 있는 정책을 마련한다 해도 야당의 정책은 도대체 현실화가 가능한 것인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지지를 끌어 올리고 정당한 심판을 받는 제도가 존재하기는 한 것인가?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의 권력분립 제도에 대한 심각한 결함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의 권력분립 제도는 실질 내용에서 대통령에게 권력이 심각하게 편중돼 있다. 행정 권력과 의회 권력이 하나의 정당에 집중돼 있을 때 소수 정당에 대한 보호가 전혀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권력분립 제도이다. 다수를 확보하기만 하면 제도적으로는 그들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구조이다. 제도 외적으로는 국민의 비판적 여론이 견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보수적 이념이 득세하고 여론 형성을 장악하고 있는 언론들이 다수 집권당의 편에 서 있는 한 여론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정치제도 개선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 소수자를 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절차적 장치들을 마련해야 한다. 삼권분립의 원조인 미국의 경우 소수자의 권리를 헌법으로 철저히 보호하고 있지만, 개헌을 통한 소수자의 권리 보호는 너무나 요원한 일이다. 대신 의사진행발언을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필리버스터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민주당의 '반대를 위한 반대'처럼 보이는 일련의 투쟁전략도 소수자의 권리가 철저히 배제되는 정치제도 하에서는 야당에게 허락된 유일한 선택일 수 있다. 야당과 소수자를 제도적으로 배제하는 권력구조는 우리의 정치 발전과 민주주의를 지속적으로 침식할 것이다.

정하용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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