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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행복 G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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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행복 GDP'

입력
2009.09.16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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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위기의 수상한 조짐들이 하나 둘 나타나던 2008년 2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두 명의 저명한 경제학자에게 한 가지 부탁 겸 제안을 했다.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조셉 스티글리츠 콜럼비아대 교수와 복지 및 빈곤 문제의 권위자인 인도 출신 아마르티아 센 하버드대 교수가 그들이었고, 과제는 한 나라의 질적ㆍ양적 경제적 성과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이로부터 출범한 것이 '경제활동과 사회발전 측정위원회'이고 18개월의 작업을 거쳐 만든 보고서가 엊그제 발표됐다.

▦ 문제의식은 수십년간 세계 경제의 공용어로 군림해온 국내총생산(GDP)은 연간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부가가치 총량만 나타낼 뿐이어서 삶의 질이나 지속가능성, 개인의 행복수준을 측정하는 지표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유의 반성이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극단적으로, 하릴없이 땅을 파고 되묻는 무용한 일도 GDP를 증가시키니 말이다. 9ㆍ11 처럼 대형 참사일수록 복구과정에서 GDP를 크게 늘린다. 고 로버트 케네디는 1960년대 말에 이미 "GDP는 네이팜탄이나 핵탄두의 수를 집계할 뿐"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 유엔이 2006년에 도입한 인간개발지수(HDI)는 이런 반성 위에서 나온 대안이다. HDI는 소득은 물론 평균수명 교육수준 등까지 평가해 한 국가의 경제사회 척도로 삼는다. 이번 보고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웰빙 지표를 포함한 '행복 GDP'개념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질적 성취를 평가해야 한다는 뜻에 부합하는 방법론은 숙제로 남겼지만 가사노동 봉사 여가 등 비상업적 활동의 가치를 계산하고, 평균이 아닌 개별 가구의 소득과 소비를 중시하며, 특히 성장에 따른 환경 악화를 국민계정에 감가상각 요인으로 반영하자는 제안은 큰 진전이다.

▦ 행복GDP 연구를 지원한 사르코지 대통령은 "GDP 수치에 집착하는 경향이 금융위기를 낳았다"고 주장하며 24~25일 미국 피츠버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이 의제를 올려 국제사회의 동참을 얻어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뜻대로 될 것 같지는 않다. 우선 미국이 프랑스의 야심을 의심하며 미온적이다. 자국에게 유리한 지표를 부각시켜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총론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구체화할 마법 같은 지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지적도 많다. 그래도 인간의 얼굴이 없는 현행 GDP가 수술대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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