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빠른 회복세를 이끌어왔던 '환율효과'가 빠르게 소멸되고 있다. '1달러=1,200원'붕괴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갈 만큼 원ㆍ달러 환율이 급락함에 따라, 수출 대기업들의 가격경쟁력과 채산성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의 경기회복을 이끌었던 쌍두마차는 정부의 재정지출과 고환율. 재정지출확대가 사실상 종료되는 상황에서 환율효과마저 사라질 경우, 국내경기는 회복의 견인력을 상실할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우리경제의 최대복병으로 환율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2원 내린 1,211.3원을 기록했다. 연중 최저치. 이달 들어 환율이 오른 날은 2일과 14일 단 이틀뿐, 벌써 30원 가까운 급락세다.
이유는 세계적인 달러약세 현상과 외국인들의 주식매수. 이날도 외국인은 무려 8,881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며 코스피 지수를 연중 최고수준(1,683.33)까지 끌어올렸다.
원화 강세(원ㆍ달러 환율 하락)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예상이다. 국내 경제연구소와 외환딜러들은 원ㆍ달러환율이 연말까지 1,150원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JP모건, BNP파리바 등 외국계 투자은행들 역시 연말 환율을 1,150~1,185원으로 보고 있는데, 심지어 1,050원의 극단적 전망(BoA-메릴린치)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환율 하락은 즉각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을 악화시킨다. 현대증권은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1.0%, 현대차는 2.2%, 기아차는 6.1%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이 경우 환율상승→기업실적개선→주가상승→외국인투자자금 유입의 선순환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성장 둔화도 불가피하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정부의 재정지출정책과 환율 효과가 사라지면서 하반기 회복세의 기울기는 상당히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도 현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환율 하락 속도가 다소 빠른 듯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사실상의 구두개입에 나섰으며 또 다른 당국자도 "최근 열흘 넘게 이어온 하락세가 하루 이틀 더 이어질 경우,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인위적인 환율 방어시도가 불러온 부작용을 여러 차례 경험한 터라, 정부도 시장개입에는 극히 신중한 모습니다.
당국과 시장은 1,200원선 붕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으면서도, 이 경우 '쏠림'현상에 따른 환율의 추가급락이 올 수도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신민영 실장은 "그 동안의 경상ㆍ자본수지 흑자를 감안하면 여전히 환율은 높은 수준"이라며 "아직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경제주체들이 쏠림현상에 휩쓸려 일시에 달러를 내놓을 경우 환율은 걷잡을 수 없이 빠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정부 관계자는 "하반기 환율변수가 의외로 커 보인다"면서 "기업과 금융기관들도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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