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을지로 일대 1조원대의 금싸라기 땅을 두고 수년간 벌였던 국방부와 서울대의 소유권 다툼에서 국방부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대 교수들은 "적법한 절차도 없이 연구교육에 투자돼야 할 땅이 미군기지 이전 비용 마련을 위해 개발되는 게 맞느냐"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16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9일 미국 극동공병단(FED) 반환 부지인 을지로5가 4만2,614㎡(1만3,000여평)에 대해 국방부 관리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관리청 결정서를 보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10일 해당 부지가 속한 서울중앙지법 중부등기소에 등기를 신청해 11일 등기 완료를 통보 받았다.
이 땅은 당초 한국전쟁 직전까지 서울대 소유였지만 1950년 국방부에 징발돼 이듬해 주한미군에 공여됐다가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 결정으로 반환되면서 서울대와 국방부 사이에 소유권 다툼이 벌어졌다.
국방부는 "1967년 3월 이전부터 주한미군이 사용해온 국가재산은 국방부에 환원된다"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처분법'에 따라 소유권을 주장하며 지난 5월 이 땅을 중부등기소에 등기했다. 하지만 서울대가 "국방부가 토지 징발을 적법하게 하지 않아 관리청이 될 수 없다"며 경정 신청을 내서 지난달 부지를 되찾았다.
이에 국방부가 반발하며 법원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황에서 국유재산 관리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국방부 관리권을 결정함에 따라 소유권 논쟁은 일단락 됐다.
국방부는 이 부지를 주상복합단지 등으로 개발해 그 이익을 미군기지 이전비용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인데 그 규모가 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 교수들은 "정부가 대학에 대한 투자도 하지 않으면서 교육과 연구에 쓰일 대학 재산마저 팔려고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이 땅을 의약복합연구단지로 조성할 계획이었는데, 미군기지 이전비용을 위해 개발하는 게 과연 더 가치 있는 일이냐"며 정부를 비난했다. 뒤늦게 해당 부지 등기가 국방부로 넘어간 사실을 파악한 서울대 본부측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강희경 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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