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대필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강기훈(45)씨에 대해 18년 만에 재심결정이 내려졌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이강원)는 1991년 분신 자살한 고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신 작성하고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던 강씨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유서의 대필여부가 자살방조죄의 핵심"이라며 "새롭게 발견된 김씨의 노트와 낙서장을 볼 때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수의 필적 감정결과에 따라 강씨가 유서를 대필한 것으로 판단한 것에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증거들은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해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유서대필 사건은 91년 5월8일 노태우 정권의 퇴진을 외치며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소속 김씨가 분신 자살하자 검찰이 같은 단체 소속 동료였던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필해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기소한 사건이다.
강씨는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1년6월을 선고받고 이듬해 형이 확정됐다. 2007년 11월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국과수의 새로운 필적감정결과를 기초로 강씨에 대한 재심권고 결정을 내렸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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