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제한적 개헌' 제안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개헌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여야간 입장 차이가 뚜렷하고 한나라당 내 친이계, 친박계 간 시각차도 드러나고 있어 개헌 논의가 순조롭지는 않을 것 같다.
여야의 인식 차이는 매우 크다. 한나라당은 이 대통령의 제안을 뒷받침하듯 조속한 개헌 논의를 주장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개헌 문제를 본격 논의할 시점이 됐다"며 "국회 개헌특위가 구성되면 권력구조 중심의 개헌 문제를 다루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에는 반드시 개헌이 완성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개헌 드라이브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몽준 대표도 이날 "이 대통령의 개헌 발언은 정치의 중심에 서겠다는 선언"이라며 "정치개혁은 국회의 몫이며, 대통령과 행정부가 국가 현안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권의 움직임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국민적 공감대가 미흡하기 때문에 본격적 개헌 논의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 이뤄지는 게 온당하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개헌과 선거구제에 대한 여권의 단일안이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한 달 간격으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국면 전환을 위한 정략적인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개헌론 제기를 여권의 정국 주도권 잡기용으로 본다는 뜻이다.
다만 민주당도 개헌 당위성은 부정하지 않는다. 정 대표가 "이른 시간 안에 민주당이 어떤 개헌을 하려는지 확정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게다가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이날 "개헌을 하려면 광폭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력구조 등에만 제한하지 말고 기본권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개헌을 한꺼번에 추진하자는 것이다.
특히 여당 내 계파간 이견 표출은 개헌 논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친이계는 개헌에 적극적인 반면 친박계는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김무성, 김영선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은 "개헌을 정치적 이해 관계로 추진할 일이 아니다.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친이계와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권력구조를 섣불리 뒤흔드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것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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