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 아저씨도, 명품가방 아줌마도 '동네사랑' 이란 이름 하나로 모두 뭉친 곳. 이곳은 반포본동과 반포2동입니다."
서울 강남 한복판, 아파트만 즐비해 이웃사랑보단 개인주의가 앞설 것 같은 동네에 자율방범대가 창설됐다. 할 일 없는 사람들이나 모여서 그냥 시간 때우는 것이라고 섣불리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불량청소년과 학생을 발견하면 현장에서 계도하고, 수상한 사람은 즉시 지구대에 신고하는 역할을 맡은 대원들 중에는 대학강사도 있고 국제변호사도 있다. 30~67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51명 대원들은 3인1조로 주간(오후 2~4시), 야간(오후 8~11시) 동네 취약지역을 수시로 돈다.
이들은 16일 오후 5시30분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방배경찰서 서래지구대 앞에서 '반포본동ㆍ2동 자율방범대'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부인과 함께 자율방범대원이 됐다는 김원희(64)씨는 "아침에 마을 근처 공원에 운동을 나갔다가 소식을 듣고 지원하게 됐다"며 "마을에 좋은 일도 하고 운동도 될 것 같아 부인과 함께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자동네'에 자율방범대가 발족하기까지는 김종환(51) 방배경찰서 서래지구대장의 공이 컸다. 올해 2월 이곳에 부임해 자율방범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아파트를 돌며 전단지도 붙이고, 일일이 집을 방문해 그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주민들은 처음에는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였지만, 지구대장의 노력에 조금씩 호응하기 시작했다.
김 지구대장은 "현재 자율방범대에 배정된 예산이 없어 서초구청으로부터 받은 자전거 10대를 이용해 순찰을 돌 계획"이라며 "내년부터는 매월 50여만원의 예산이 생기는 만큼 간식도 마련하고, 곧 마련될 순찰차의 주유비용으로도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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