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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DDM" 동대문, 이방인의 신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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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DDM" 동대문, 이방인의 신천지

입력
2009.09.15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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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밀리오레, 두타 등의 쇼핑몰이 밀집된 동대문 상가 건너 편에 자리잡은 10층짜리 '뉴금호오피스텔'. 핸드폰 판매점, 식당, 슈퍼마켓, 미용실 등이 들어선 건물 상가는 한국어 대신 이국의 낯선 말들이 왁자지껄하게 뒤섞였다.

갖가지 광고가 도배된 엘리베이터 안에도 한글로 쓰여진 것이라곤 '승강기 안전수칙' 정도. 도심 한복판 건물에서 들리는 이국말의 정체는 몽골어다. 50여개의 상가 중 90%가 바로 몽골인들이 운영하는 곳이라 이 빌딩은 '몽골 타워'라 불린다.

한국에 일하러 온 몽골인들이 1999년부터 하나 둘 이 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해 2003년께 건물 대부분을 몽골인들이 차지했다. 3층 '블루 몽골리아' 게시판에는 몽골어로 '건설현장 일거리 구합니다' 등 갖가지 구직 구인 정보가 게시돼 있고 몽골 소식을 알려주는 몽골 신문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곳의 한 식당에서 만난 몽골인 차차(42)씨는 "경북 상주에서 딸 교육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에 올라왔는데, 이곳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해 오게 됐다"며 "몽골 동포들이 살아가는 얘기와 다양한 정보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흩어진 몽골인들이 서로의 안부와 소식을 나누는 '서울 속의 작은 몽골'인 셈이다.

몽골 타워에서 장충체육관 쪽으로 50여m 내려오면 이번에는 또 다른 낯선 언어의 가게 간판들이 다닥다닥 붙어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핸드폰 판매점, 환전소, 식당, 약국 등이 늘어선 이 거리의 주인공들은 우즈베키스탄인들. 2003년께부터 우즈베키스탄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지금은 우즈벡 가게들이 30~40개에 이른다.

지난달 이곳에서 무역중개업소를 차린 슈크라트(33)씨는 "동대문 지역이 교통도 좋은 데다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싼 물건도 쉽게 구할 수 있어 여러모로 장사하기 편하고 좋다"며 "이 때문에 다른 외국인들도 자연스럽게 이 곳 주위로 모여들면서 동포들끼리 서로 의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대문의 영문 약자인 DDM. 외국인들에겐 '동대문'이란 말 대신 DDM으로 불리는 이곳이 외국인들의 '신천지'로 통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선 볼 수 없는 활력이 넘치는 곳"이라며 외국 관광객들의 최선호 관광지로 꼽히는 데다, 아예 국내 체류 외국인들의 경제 터전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08년 동대문을 방문한 외국인은 251만364명. 외국인들이 서울에서 가장 많이 방문한 장소로 명동(256만6,835명) 다음으로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3위인 남대문시장(234만953명)은 멀찌감치 따돌렸다.

외국인들이 동대문의 매력으로 꼽는 것은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교통. 특히 24시간 불야성을 이루는 동대문의 영업시간은 외국인들이 모두 깜짝 놀라워하는 장점이다.

14일 밤늦게까지 동대문 평화시장 일대는 관광버스를 타고 온 태국, 일본, 대만 등의 단체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지도를 들고 친구와 함께 2~3명씩 돌아다니는 외국인들도 많았다.

여자친구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는 오치아이씨는 "일본의 관광 책자에 동대문은 '꼭 가봐야 할 곳'으로 표기 될 정도로 유명하다"며 "밤새 이곳 저곳을 돌아다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공연차 내한해 동대문을 찾은 뮤지컬 배우 루시 몬더(23ㆍ여ㆍ호주)씨는 "싼 가격에 재미있는 디자인의 티셔츠가 많아서 좋다"고 말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들이 이 곳에 모여들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국에 9년째 살며 몽골타워에서 무역업을 하고 있는 몽골인 완당(38)씨는 "동대문 상가가 2호선 4호선 5호선이 교차해서 교통이 좋고, 싸고 질 좋은 물건도 많아 해외에서도 유명하다"며 "매주 신상품이 나올 정도로 유행도 매우 빠르다"고 동대문 예찬론을 펼쳤다.

외국인 정착민을 중심으로 이방인 문화가 형성되자 역으로 한국인들의 발걸음도 잦아지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음식점인 '석디아나'를 운영하고 있는 알리(49)씨는 "주말에는 한국인들이 더 많이 찾고, 양고기 갈비 꼬치구이나 우즈베키스탄식 볶음밥인 뽈로르 등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외국인 특구'라지만 동대문에는 클럽 등 외국인을 위한 유흥업소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동대문 패션타운관광특구 협의회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쇼핑을 위해서 찾아오고 있고, 외국인 정착민들은 이곳을 일터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유흥문화가 발달한 이태원 지역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 일대를 담당하는 을지로6가 치안센터의 이석신 경위는 "외국인들이 많이 오가는 지역이지만, 범죄는 많지 않다"며 "대부분이 분실 신고거나 길 묻기 위해 찾아오는 정도"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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