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일간의 점거파업을 끝내고 쌍용차 근로자들이 다시 공장을 돌린 지 35일째. 그들에게는 파업으로 깨진 창유리를 갈아 끼울 시간도 없다.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좋은 차를 한 대라도 빨리 더 만들고, 파는 데 모든 것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비해 근무자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 공백을 그들은 땀과 정성으로 메우고 있다.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자진해 일찍 나와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작업시간을 늘리고, 주말까지 반납하고 있다. 파업 전 시간당 17대이던 생산량이 22대로 늘어났고, 품질도 35% 이상 높아졌다고 한다.
그 각오와 열의가 통했는지 지난달 쌍용차는 2,012대를 팔았고, 지금의 추세라면 이 달에는 그 3배 가까운 판매실적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협력업체들의 정성과 배려도 이에 못지 않다. 이 달에 판매하는 차량 중에서 4,000대까지만 대금을 받고, 나머지는 쌍용차가 어느 정도 정상화하면 받기로 결의했다. 한 푼의 돈이 아쉬운 쌍용차의 운영자금에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기 위해 고통 분담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평택 시민들의 쌍용차 사랑운동도 여전하다.
파업으로 쌍용차는 잃은 것도 많지만 얻은 것도 많다. 물론 이것만으로 쌍용차가 다시 일어설 수는 없다. 감원과 경비절약 등으로 비용을 줄여도 내년 판매목표인 7만대로는 빚을 갚으면서 이익까지 내기 힘들다.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이 주력인 쌍용차의 생산구조도 대외경쟁력 측면에서 긍정적이지 않다.
이런 상황 속에서 쌍용차가 어제 회생계획안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1조2,321억원의 채무를 유형별로 시차를 두고 상환 또는 출자전환하고, 상하이차 보유주식은 5대 1, 소액주주지분은 3대 1로 감자해 병합하겠다고 밝혔다. 운휴자산 매각과 담보차입으로 추가 운영자금도 마련할 계획이다. 쌍용차의 이 같은 회생계획이 실효성이 있는지의 판단은 채권단의 몫이다. 다만 시장논리 하나로 결정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쌍용차 회생을 위해 지금도 온 힘을 쏟고 있는 사람들의'보이지 않는 자산'도 소중하게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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