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직장인 김모(44)씨는 어렵사리 장만한 3D TV앞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3D 방송으로 중계중인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100m 달리기 세계신기록 보유자 우사인 볼트 선수가 트랙을 질주하는 모습이 마치 현장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김씨는 "볼트 선수가 결승점을 통과할 때는 TV를 뚫고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며 "3D TV의 위력을 제대로 실감했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기 대학생 이모(23)씨도 3D TV의 재미에 푹 빠졌다. 2년전 극장에서 본 제임스 카메론의 3D 영화 '아바타''아이스 에이지' 등을 집안에 앉아서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즐겁다. 이씨는 "이제 더 이상 3D가 영화관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몇 년후의 가상스토리지만 현실화할 날이 머지 않았다.
세계 TV 업계에 3D TV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IFA에서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파나소닉 등 국내ㆍ외 업체들이 3D TV를 일제히 선보이며 입체TV시대의 도래를 선언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2년 런던올림픽때 3D TV 방송을 시험할 계획이어서 3D 시대가 바짝 다가왔음을 예고하고 있다.
3D TV 시대, 생각보다 빨리 온다
3D의 개념은 뭘까. 사람의 두 눈은 좌, 우가 5,6㎝ 가량 벌어져 있어 같은 사물을 쳐다봐도 표시되는 시각 정보가 각각 다르며, 이를 두뇌에서 조합해 입체 영상으로 인식하게 된다.
3D TV는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즉 2개의 카메라가 각기 다른 영상을 촬영한 뒤 이를 조합해 입체 영상으로 내보내는데, 특수 처리된 편광 안경을 쓰면 영상이 눈 앞에 툭 튀어 나온 것처럼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0인치 PDD TV(250만원)를 출시했으며, 올해 6월 컴퓨터(PC)용 3D 모니터(가격 49만9,000원)를 내놓았다. 아직은 엔비디아사의 3D 그래픽 카드를 장착한 PC와 연결해야 입체 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단점. LG전자는 지난달 말에 최초로 TV만으로 3D 영상을 표시하는 47인치 3D LCD TV(가격 450만원)를 내놓았다.
해외에서는 소니가 가장 앞서간다. 내년을 3D TV 원년으로 선포한 소니는 이번 IFA에 46인치 3D LCD TV를 공개했다. 소니픽처스와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등 영화ㆍ게임을 3D로 만들 수 있는 콘텐츠 제작사도 갖고 있다. 파나소닉은 내년에 3차원 PDP TV를 출시하기 위해 영화 '타이타닉'을 만든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손잡고 미국에 관련 연구소까지 만들었다.
시장 전망도 낙관적이다. 시장조사기관 인사이트미디어는 세계 3D TV 시장 규모를 내년 680만대에서 2012년 3,120만대로 급성장을 예상했고, 디스플레이뱅크도 세계 TV 시장에서 3D TV가 차지하는 비중이 수량 기준으로 올해 0.1%에서 2015년 5.1%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한ㆍ일 TV 업계의 동상이몽
3D TV 시장을 바라보는 업체들의 이해 관계는 서로 다르다. 일본 업체들은 한국에 뒤쳐진 LCD TV 대신 3D TV를 앞세워 역전하겠다며, 3D TV로의 빠른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반면 LCD TV 시장에서 나란히 1, 2위를 달리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여유가 있다. 하지만 시장을 바라보는 두 업체의 시각차는 존재한다. LED TV를 발빠르게 내놓고 LCD TV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3D TV로의 전환이 반가울 리 없다. 삼성전자는 "3D는 기존 평판 TV에 추가되는 부가 기능일 뿐, 대세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고, LG전자는 "1, 2년내 3D TV의 확산을 확신하며, 이를 계기로 1위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가 TV는 기다렸다 사라
고가 TV를 기다렸다 사야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내년 이후 3D TV가 본격적으로 출시된다면 굳이 지금 고가의 평판 TV를 구입할 이유가 없다는 것.
또다른 이유는 3D 콘텐츠 부족이다. 아직은 이렇다할 3D 영상이 없으나 내년 이후에는 본격적인 3D 영상이 쏟아질 예정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라는 3D 영화를 준비중이며, 드림웍스도 앞으로 모든 애니메이션을 3D로 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특수 안경 착용, 장시간 시청시 눈의 피로감 등 문제점은 점차 개선될 예정"이라며 "다만 3D의 기술 표준이 정해지지 않아 기술 논쟁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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