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초연 배우가 출연하는 '렌트' VIP석이 20만원에 이르는 등 고가의 라이선스 뮤지컬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뮤지컬을 영화관람료에 버금가는 가격에 선보이겠다'는 꿈을 가진 연출가 백재현(41)씨가 토종 뮤지컬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원짜리 셋방에 살면서도 그는 관객이 원하는 만큼의 공연료를 지불하는 '재미요금제'를 시도하는 등 뮤지컬 대중화에 힘써왔다. 2004년 만든 '루나틱'은 창작뮤지컬의 희망이라는 평을 들으며 '재즈루나틱'으로 업그레이드돼 공연 중이고, 지난해 넌버벌 퍼포먼스 '패밀리'는 영국 에든버러페스티벌에서 'USA스타어워드'상을 수상했다.
백씨의 신작 '타타인붓타'는 티켓값 3만~5만원으로 국립극장 뮤지컬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작품은 2,500년 전의 인물 싯다르타가 수행에 이르는 과정을 태권도와 결합시켜 극적으로 풀어낸다.
궁금증이 쏟아졌다. 왜 한국사의 인물이 아닌지, 지루하진 않을지, 음악은 뭔지…. "유교와 태권도를 결합하면 지원금을 주겠다고 했죠. 국악도요. 하지만 그것들이 세계인들에게 얼마나 와 닿을까요. 라스베이거스 공연을 꿈꾸며 각종 지원금을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그는 2년 전 라스베이거스에서 '태양의 서커스'를 보고 본격적으로 이 작품을 구상했다.
서양에도 잘 알려진 불교를 시놉시스에 적용하고, 음악은 오케스트라를 사용했다. 백씨는 "하층민들의 애환과 기득 세력과의 갈등, 화합을 강조함으로써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누가 선덕여왕 이야기가 재밌을거라고 생각했겠느냐, 싯다르타 이야기도 지루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태권도나 비보이가 결합된 퍼포먼스들은 한때 성행했지만 드라마 없이 묘기만 부리다 금세 사라져 버렸다. 그는 "대중화를 한답시고 원더걸스의 노바디에 맞춰 웨이브하는 태권도처럼 변종들을 쏟아내며 태권도를 저급하게만 만들었다"고 한탄했다. 그는 오히려 태권도의 절도 있는 품새 동작을 보고 그 정신을 변용하지 않고 무대에 올려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브로드웨이에선 1,000억원 이상 투자하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국내 창작뮤지컬은 보통 4억원 수준에 머무르죠." 백씨는 '볼거리가 없다'는 창작뮤지컬의 솔직한 형편을 내보였다. "하지만 우리에겐 드라마가 있잖아요? 허겁지겁 제작해서 내보내는 일일드라마도 한류 열풍을 몰고 오지 않습니까."
백씨는 "라이선스 뮤지컬들이 오리지널에만 해당되는 화려한 수상 경력 등을 가지고 대중을 현혹하고 있다"면서 "제작사들은 로열티 운운하며 객석점유율 30% 정도에 해당하는 손익분기점 위로 티켓가를 책정하고 있다"고 국내 뮤지컬계를 비판했다. 그는 "전 국민이 고급 운동화를 살 돈을 모으기보다, 모두가 싼 가격에 좋은 운동화를 구입하는 것이 진정한 대중화 아니냐"고도 했다.
'타타인붓타'는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에서 10월 17일~11월 27일 공연된다. 1566-1369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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