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일본 총리에 취임하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통해 외교 무대에 데뷔한다. 이를 전후해 한국, 미국, 중국 정상과도 개별 회담을 갖고 민주당 정권의 외교 방향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토야마 정권의 외교 정책 성패는 대미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이 선거 공약으로 '대등한 미일관계 구축'을 표방한데다 하토야마 대표가 총선 직전 미국 언론에 게재한 글에서 미국식 시장원리주의를 비판해 "반미주의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토야마 대표는 이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전화회담, 존 루스 주일 미국 대사 면담 등을 통해 미일 동맹이 일본 외교의 기축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했지만 대미정책 전환기류에 대한 미국측의 불편함이 가셨다고 보기 어렵다. 23일께 열릴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 국무부 커트 캠벨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가 17~19일 일본을 방문하는 것도 이를 사전조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 정권의 딜레마는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자민당과 차별화한 대미 외교를 펴나가야 한다는 데 있다. 사민당, 국민신당과 합의한 미일지위협정 개정 제기나 주일미군기지 이전 문제 재검토를 하지 않으면 당장 연립정권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해 단독으로 정국 주도가 가능할 때까지 조심스럽게 정국을 운영해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연립정부는 독일이나 한국의 미군기지에서 이미 실행하고 있는 수준으로 미일지위협정 개정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일미군기지 이전 재협상의 경우 필요성은 언급하되 무리하게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이 기한인 인도양의 자위대 급유지원활동은 철수 대신 다른 방식의 아프가니스탄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중국 등 대아시아 외교는 일단 순탄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동아시아공동체 구축'으로 역내 협력을 강화하고 야스쿠니(靖國)신사 문제 등에서 주변국과 갈등을 최소화한다는 것이 하토야마 정권의 방침이기 때문이다.
특히 하토야마 대표는 23일께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에서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 방안을 검토하자고 제의할 예정이라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중국도 이 구상에 긍정적이어서 이 자리에서 원칙적인 합의가 가능할 전망이다. 하토야마 정권이 구상하는 동아시아 공동체는 무역, 금융, 에너지, 환경, 재해ㆍ전염병 대책 등 폭넓은 역내 협력 체제를 말한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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