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민주당 정권이 16일 선거를 통한 전후 일본의 첫 정권교체라는 역사적인 의미 만큼 큰 기대와 부담을 안고 출범한다. 반세기 넘게 고질화된 자민당 관료 정치 개혁이 가능할지, 양극화 해소와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새 정권을 맞는 일본 국민들은 불안도 적지 않다.
하토야마 정권의 최우선 과제는 예산안 편성이다. 새 정부는 아소(麻生) 정권이 경제대책으로 마련한 추가경정예산 지출 항목을 재설정하고 이미 기한을 넘긴 내년 예산안 편성 작업을 서두를 방침이다. 예산 편성과 집행은 육아지원금 등 민주당이 국민생활 안정을 위해 대대적으로 약속한 공약의 실현 가능성 여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사업 총액으로 15조3,000억엔에 이르는 추가경정예산은 현재까지 미집행이 8조3,000억엔에 이른다. 민주당은 우선 예산 집행을 중지한 뒤 경제효과 등을 재조사해서 지출 항목을 재조정하는 것은 물론 일부는 민주당의 공약 실행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지방자치단체 등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미집행 추가경정예산 중 내각부의 지방교부금만 2조엔을 웃돌아 “지방행정에 큰 영향을 준다”며 전국지사회 등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실제로 집행이 대폭 줄어들 경우 행정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사카기바라 에이스케 와세다(早稻田)대 교수는 “경제대책을 감액하면 공적 수요가 매우 감소해 몇 년 뒤 ‘하토야마 불황’이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안 편성은 각 부처의 예산 요구안 제출 기한을 벌써 넘겼다. 재무성이 각 부처의 요구안을 모아 연내에 예산안을 작성, 이듬해 1월 정기국회 심의에 붙이는 게 자민당 정권의 흐름이었는데 일단 이 시간표에는 차질이 생겼다.
물론 민주당은 국가전략국을 설치해 자민당 정권과 정반대의 ‘톱 다운’ 방식 예산 편성을 계획하고 있어 이런 시간표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전략국 운용이 처음인데다 구체적인 운용 방식 등도 분명치 않아 예산편성이 시간에 쫓겨 부실화 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민주당 정권은 이 과정에서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올해 말 윤곽을 드러낼 내년 예산안이 국민의 기대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도 관심사다. 민주당이 공약으로 약속한 육아지원, 고교교육 무상화,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등에는 연간 16조8,000억엔(내년까지는 7조1,000억엔)이 필요하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불요불급한 공공사업 중지, 행정 낭비 일소 등을 통해 예산 확보가 가능할지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다.
이와 함께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 5.7%까지 치솟은 실업률 등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에까지 부응해야 한다. 민주당의 갈 길이 산 넘어 산이다.
김범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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