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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숙 칼럼] 임진강과 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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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숙 칼럼] 임진강과 용산

입력
2009.09.15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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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처럼 사회적 파장이 큰 죽음이 연이은 해도 없을 겁니다. 설날을 엿새 앞두고 서울 용산 재개발지역에서 일어난 화재로 5명의 시민과 1명의 경찰관이 숨진 것을 시작으로 5월엔 노무현 전 대통령이, 8월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고, 열흘 전엔 북한이 소리 없이 방류한 물로 6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두 대통령의 서거가 옳은 삶과 죽음에 대해 사유하게 했다면, 용산과 임진강의 참사는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합니다.

임진강 희생자에 신속한 보상

한국수자원공사는 임진강 시설관리 책임을 물어 직원 5명을 직위해제하고 재택근무 시스템을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6명의 인명을 빼앗은 근무태만의 벌로는 가볍습니다. 유족들에게는 희생자 1인당 평균 5억 원의 보상금과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해 일주일 만에 합동영결식이 치러졌습니다. 짧은 협상 시간에 비해 큰 보상금이라 10월 재보선 때문에 정부가 서둘러 보상에 합의했다는 말이 인터넷에 떠돕니다. 보상금이 슬픔을 지우진 못하겠지만 용산 참사 희생자 가족들에겐 부러운 일일 겁니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건 1월 20일, 철거민들이 건물 옥상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겨우 25시간 만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던 정부는 아직 철거민들과 법정싸움 중이고 5명의 유해는 여전히 장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4월22일 첫 공판에서 이덕우 변호사가 말한 대로 "세입자들에게 지원되는 금액은 2,500만 원에 불과한데 이들이 그 돈으로 어디에 가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하면 철거민들의 저항이 이해되지만 정부의 생각은 다른가 봅니다.

지난 주 정부는 임진강 참사 관련 차관회의를 열고 내년 6월 완공 예정인 임진강 중류의 군남 댐 증축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군남 댐은 평상시 저수량 7,000만 톤에 비상시 저수량이 1억3,000만 톤이지만 북한의 황강 댐은 3~4억 톤을 저수할 수 있다는 겁니다. 군남 댐을 계획할 때 황강 댐의 규모를 몰랐던 건지 의아합니다.

민주당의 송민순 의원은 지난 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현인택 통일부장관에게 우선 1997년 유엔에서 채택한 '국제수로의 비항해적 이용에 관한 협약'에 남북한 동시 가입을 위해 북측과 협의하라고 주문했습니다. 그 협약에 물 방류 시 사전 통보를 비롯해 수자원 공동이용에 관한 여러 가지 사항이 다 들어 있다는 겁니다. 일단 협약에 가입한 후 양자 합의를 통해 구체적인 협력을 해야 하며, 물이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는 만큼 남한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습니다. 독일이 통일되기 전 동·서독을 흐르는 제일 큰 강인 엘베 강 문제에 있어서도 하류인 서독이 훨씬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겁니다.

물이 칼이라면 상류를 가진 쪽이 칼자루를 쥔 것이니 임진강의 경우 칼자루를 쥔 건 북한입니다. 칼자루를 쥐고 흔들면 칼끝을 쥔 쪽은 다칠 수밖에 없습니다. 상류에서 수공에 나선다 해도 댐만 있으면 막을 수 있는 건지 확신할 수 없는 일입니다. 공무원들이나 군인들이 제 할 일을 하면 인명피해는 막을 수 있겠지만 근무태만이나 판단 착오가 다시는 없으리라고 장담할 순 없습니다. 이번에도 제 할 일을 한 건 오직 한 사람, 임진강 상류를 지키다가 새벽 2시 50분에 수위 상승을 사단본부에 최초로 보고한 초병뿐이니까요.

용산 희생자들의 추석 귀천(歸天)을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하다시피 해온 정부는 물을 방류하며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고 북한을 비난합니다. 그런 건 사이 좋은 이웃 사이에나 기대할 수 있는 일입니다. 부디 이번 일을 계기로 북한과 물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기 바랍니다. 보름 남짓이면 추석입니다. 신속한 사과와 보상으로 임진강 희생자들의 귀천(歸天)을 도운 것처럼, 설날을 잃어버린 용산 참사 유가족들이 추석 명절이라도 제대로 지낼 수 있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김흥숙 시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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