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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컬럼비아대 스티글리츠 교수 연구팀 보고서/ "GDP의 환상에서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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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컬럼비아대 스티글리츠 교수 연구팀 보고서/ "GDP의 환상에서 벗어나라"

입력
2009.09.15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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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발전은 국내총생산(GDP) 순이 아니다" "GDP의 환상에서 벗어나라"

한 나라의 경제가 얼마나 잘 크고 있는지를 말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지표는 경제성장률, 즉 GDP다. 그런데 '절대' 경제지표로서 GDP의 '권위'가 서서히 흔들리고 있다. GDP는 매우 불완전한 것이며, 이젠 삶의 질과 지속가능성을 다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가 이끄는 '경제활동과 사회발전 측정 위원회'는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의뢰로 지난해 2월부터 연구한 결과 보고서를 1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GDP 완전한가?

GDP는 오래 전부터 한 국가의 경제발전 정도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쓰여왔다. 그러다 보니 각국 정부도 경제성장률(GDP증가율)을 타깃으로 정책을 펴왔다. GDP를 늘리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쓰기도 하고, 반대로 GDP가 너무 커지는 것 같으면 경기진정책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스티글리츠 보고서는 경제를 '양(量)'으로만 측정하는 GDP는 근원적 한계를 있으므로, 이젠 삶의 질과 지속가능성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사실 GDP의 문제점은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다. 예컨대 기업이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해도 일단 생산만 늘리면 GDP는 늘어난다. 범죄가 늘어나 교도소를 더 지어도 GDP는 증가한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과거 우리나라에서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가 무너져 끔찍한 사상자를 내도 복구작업만 GDP에 잡히기 때문에 경제성장에는 플러스로 작용하는 것이다. 때문에 1968년 미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가 피살된 로버트 케네디 역시 "GDP는 네이팜탄이나 핵탄두의 수를 집계할 뿐"이라고 비판한 적 있다.

잘못된 GDP, 잘못된 정책

GDP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가 GDP를 높이기 위해 다른 중요한 가치를 훼손하는 잘못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예를 들어 개발도상국은 환경오염을 방치하고, 자국민 광부들이 위험한 환경에서 일한다 하더라도 외국 광산업체가 자국 광산을 개발하는 것을 환영할 수 있다는 것. 미국 정부는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를 늘리기 위해 국민들이 '빚'을 져서라도 소비를 하도록 권장했으나 그 결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 금융위기를 맞게 됐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지표가 잘못되면 결정도 왜곡된다"면서 "정책입안자들은 GDP가 아닌 사회복지를 증진시키는 데 정책 목표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보다 삶의 질에 초점 맞춰라

보고서는 그러나 GDP를 대체할 단 하나의 대안 지표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대신 GDP가 현대의 경제활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삶의 질과 지속가능성을 지표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문에 통계의 주안점을 두어야 하는지를 차례로 제시했다.

우선 GDP는 컴퓨터나 자동차 같은 상품의 절대가격은 쉽게 반영하지만 서비스의 '질'을 반영하지는 못한다. 의료나 교육 등에서 정부 부문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GDP에는 역시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또 국가별 총합을 중시하기 때문에 개별가구의 소득이나 삶의 질을 반영하기 어렵다.

따라서 새로운 지표는 생산보다는 소득과 소비, 국가 전체보다는 개별 가구에 주안점을 두고, 소득과 소비, 그리고 부의 분배에도 가중치를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 보고서의 제안을 바탕으로 가중치를 두어 새롭게 측정할 경우, 프랑스와 미국의 1인당 GDP 격차는 지금의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리먼브라더스 파산 1주년을 맞아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가진 연설에서, 앞으로 스티글리츠 교수등이 권고한 내용을 바탕으로 프랑스 통계청을 통해 새 지표를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또 24일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도 각국 정상들에게 GDP를 대체할 새로운 지표를 활용할 것을 촉구할 방침이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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