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관장 뿌리삼을 수출하는 한국인삼공사는 지난해 스위스 회사로부터 복제 방지용 최첨단 스티커 '키네그램' 30만 장을 사들였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가짜 제품의 공세로부터 진품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 뿐만이 아니다. 삼을 싸는 한지는 언뜻 봐서 평범해 보이지만 빛을 비추면 '워터 마크'가 보일 수 있도록 했다. 회사 측은 앞으로 포장 상자의 나무에 레이저로 식별 표지를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최고급 천삼십지 정품이 홍콩에서는 999만원에 팔리지만 중국에서 만든 가짜 제품은 5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주로 팔리는 가짜 제품이 중저가 제품 임을 감안하면 피해액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가짜 제품과 눈물 겨운 전투를 벌이고 있다. 가짜 제품으로 당장 매출에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품질이 떨어지는데도 버젓이 해외 수출까지 이뤄지는 가짜 탓에 어렵게 쌓아 놓은 대외 이미지도 삽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15일 KOTRA와 업계에 따르면 가짜 제품의 공략 대상이 된 제품은 수십억원에서 수천억원의 피해를 본다. 특히 중국에서는 최근 모조품을 일컫는 산짜이(山寨 ㆍ단속을 피해 도적들이 모인 곳이라는 뜻) 열풍과 함께 소비자의 90% 이상이 가짜 제품을 사서 쓴다고 할 정도다.
기업들은 가짜를 솎아내기 위해 최첨단 기술을 동원하고 있다.
세계 120여개국에 수출하는 밀폐용기 전문 브랜드 '락앤락'은 '흐름차단 공'과 '중공(中孔)형 실리콘'이라는 특허 기술로 가짜 제품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제품 뚜껑 잠금 날개 중앙에 작은 구멍을 뚫어 300만 번 이상을 열고 닫아도 될 만큼 내구성을 갖추도록 했다. 또 안이 다 채워진 일반 실리콘 대신 가운데 구멍이 난 실리콘을 사용해 4면이 똑 같은 압력으로 잠기면서도 복원력을 높이도록 하는 첨단 기술을 활용한 것.
현대모비스는 15년 전부터 정품 확인을 위해 홀로그램을 붙이고 있는데 최근에는 3D 입체 영상으로 보이는 첨단 홀로그램을 달았다. 회사 관계자는 "평균 6개월에 한 번씩 홀로그램의 내용과 수준을 바꾸고 있다"며 "한 번 뜯으면 결코 다시 붙일 수 없는 홀로그램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위조품이 가장 많은 양주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임페리얼은 최근 촉각과 시각을 동원한 위조방지 장치인 '트리플 키퍼'를 장착했다. 소비자가 병마개를 돌리는 순간 '드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손 끝에 여러 차례 진동이 전달되도록 하고, 동시에 마개에 쓰인 'IMPERIAL'이라는 로고는 빨간색 바탕의 '正品'이라는 마크로 바뀌도록 했다.
도루코는 중국 현지를 누비며 직접 단속에 나서고 있는 경우. 회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가짜 제품이 도루코라는 이름으로 제3국으로 수출까지 이뤄져 기업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이 왔다"며 "현지 법인 직원들이 중국 공안들과 함께 이 잡듯 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가짜와의 전쟁에 고객을 지원군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캐주얼 스포츠 브랜드 'EXR'은 2006년부터 '위조 상품 신고 센터'를 운영중인데, 고객들이 위조 상품제조 공장이나 창고를 찾아내 신고하면 최고 1,000만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한다.
코트라 관계자는 "중국 휴대폰 시장의 30% 이상이 모조품일 정도로 가짜 제품이 보편적"이라면서 "특허 소송, 단속 등은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중국 정부가 산짜이를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어 어려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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