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몸의 향연, 제12회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SIDance·Seoul International Dance Festival)가 10월 5~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서강대 메리홀, 경기 고양아람누리 등지에서 펼쳐진다.
축제는 열두 해를 거듭하며 유명 예술가의 검증된 작품과 가능성 있는 안무가 발굴을 통해 세계 무용계의 동향을 소개해왔다. 올해는 '무용은 어렵다 혹은 난해하다'는 통념을 깨고, 쉽지만 수준 높은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15개국 40개 단체가 참여하며, 33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이종호 예술감독은 "전문적인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앞서가는 것도 좋지만, 대중에게 빨리 와 닿지 않는 작품은 선정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개막작 '몽거'는 하버드대에서 사회이론과 철학을 전공한 바락 마샬의 수작이다. 그는 이스라엘 무용계의 쌍벽을 이루는 바체바 무용단과 수잔 델랄 센터 모두에서 활동하면서 '이스라엘 현대무용의 기린아'라는 평을 받는 안무가. 첼리스트 요요마와 활동한 가수로도 알려져 있다.
작품은 완강한 여주인에게 시달리는 10명의 하인들이 생존을 위해 자신의 영혼을 파는 내용이다. 이들은 하나의 명령 아래 각기 다른 역동적인 몸짓을 보여주며 주종 상황을 놀이처럼 풍자한다. 클래식, 짚시, 발칸 등 이국적인 음악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장 주네의 희곡 '하녀들',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영화 '고스포드 파크'와도 닮아 있다. 10월 5일 서강대 메리홀.
두 편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무대에 오른다. 하나는 보는 즐거움을, 하나는 듣는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전자는 폐막작인 이탈리아 국립 아떼르발레또 무용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양가의 부모나 머큐시오 등은 배제된 채 오로지 10쌍의 몸짱 로미오와 줄리엣이 2인무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탈리아의 비디오 아티스트 파브리찌오 플레시의 비디오 아트가 움직이는 무대와 함께 엔딩을 연출하는 장면도 볼거리다. 관능적인 춤사위와 커다란 환풍기 세트 등 화려한 무대로부터 눈을 뗄 수 없다. 10월 23, 24일 고양아람누리.
3년 연속 초청된 슬로베이나 국립 마리보르 발레단은 '라디오와 줄리엣'으로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재해석한다. 60분 동안 영국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음악만이 흐르는 가운데 클래식 발레에 기초한 다양한 동작을 선보인다.
무용평론가 문애령씨는 "예닐곱 명이 한 시간 동안 무대에서 구현할 수 있는 화려함을 최대화하는 팀"이라면서 "내용이 구체적이진 않지만 절제된 소품과 암시적인 몸짓이 몽롱하게 극적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평했다. 10월 15일 예술의전당.
국내작으로는 진옥섭씨 연출의 '왕의 춤'이 있다. 국내에서 검증받은 우리 무용을 국제무대에 진출시키려는 시댄스의 야심찬 시도기도 하다. 작품은 처용무의 달인이었던 조선 연산군을 소재로 살풀이춤, 채상소고춤 등 맛깔나는 한국전통무용을 선보인다.
진옥섭씨는 "그간 전통은 원형을 살리지 못하고, 현대에 적응하기 위해 그 밑에서 변해야 하는 이상한 존재였다"면서 "전통은 있었던 그대로가 좋은 만큼 재미있는 전통 춤의 장면을 계속 연결해 보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에 여자들이 발을 구르며 소고를 치는 현란하고 복잡한 춤인 솟음벅구를 특히 추천했다. 10월 12, 13일 예술의전당.
시댄스는 '춤추는 도시'라는 타이틀 아래 지하철, 빌딩, 공원, 거리 등 서울 곳곳에서 춤판도 벌일 예정이다. 대중과 소통하는 자리가 될 이 춤판에는 춤따세무용단, 지구댄스시어터, SJ댄스컴퍼니 등 젊은 무용단들이 참여한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