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민원법률국에 접수되는 민원이 한 달에 1,2건에 불과하다. 이래서야 어떻게 정부ㆍ여당을 견제할 수 있겠는가."
국회 인사청문회 시즌을 맞아 야당의 '한방'에 관심이 집중된 요즘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당의 속내를 소개하며 혀를 찼다.
당 민원 접수 파트는 그전부터 대국민 창구이자 여당 공격의 소재를 얻는 중요한 통로였다. 야당 민원실은 내부고발자가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이다. 행정기관이나 권력자로부터 억울한 피해를 입은 약자의 사정을 들어주는 가운데 검은 이권청탁의 고리를 찾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래서 새정치국민회의 시절의 오길록, 새천년민주당 시절의 차태석 당 민원실장은 정권교체나 대선 승리의 숨은 주역으로 꼽히곤 했다.
요즘의 민주당 민원법률국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당직자는 6명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당 관련 법률 지원이 업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차태석씨는 "예전엔 하루에 수십 건씩 민원이 접수되고 인원도 23명이나 됐다"고 소개했다. 물론 이렇게 된 이유는 민주당이 견제야당으로서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은 청문회에서의 '한방'을 의원 개인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를 낙마시킨 박지원 의원의 경우는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 당내에 별도로 설치한 총리청문TF도 아직은 납세, 논문, 병역, 위장전입 등 기본적인 검증 리스트를 훑어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총리청문위원인 백원우 의원은 "이런 저런 소문 수준의 얘기만 있을 뿐 결정적 제보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제2의 천성관 사태를 만들어야 한다"는 민주당 고위관계자의 공언이 무슨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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