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국민은행장의 갑작스런 부친상을 계기로 15일 밤 전현직 은행장들이 대거 상가에서 조우했다.
오후 9시께 가장 먼저 서울삼성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을 마친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은 최근 파생상품 투자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징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미국 부채담보부증권(CDO)와 신용부도스와프(CDS) 상품은 기본적으로 환금성이 없는 위험성 상품"이라며 "취임 후 4개월여 뒤에 투자 사실을 처음 알게 됐지만 그때는 방어할 수 없었으며 환매는 판매자가 사주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지난주 사퇴 당시와 마찬가지로 억울한 심정을 내비쳤다.
그는 중징계를 받은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의 거취와 관련, "나는 나름대로 스스로 결정했고 그분도 잘 결정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황 회장이 CDO 등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해 투자했을 것으로 보이며 이런 결과를 예측했다면 그렇게 투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10시20분께 상가를 찾은 황영기(전 우리은행장) 회장은 차분한 표정이었다. 강 행장에게 오랜 위로의 말을 건넨 그는 자신을 둘러싼 취재진에게 "강 행장은 소문난 효자"라며 1980년대 뱅커스트러스트은행 근무시절 이래 30년 가까운 인연을 과시하기도 했다. 황 회장은 하영구 씨티은행장과 옆자리에 앉아 1시간여 가량 조문객들과 술잔을 권하며 담소를 나눴다. 김동수 수출입은행장도 상가를 찾아 강 행장을 위로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