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에 장애 아이들을 돌보는 선생님이 되고 싶은 김보람(여ㆍ21)씨, 무술 유단자(검도1단, 유도1단)로 경호원을 꿈꾸는 이진순(여ㆍ20)씨, 건축예비사 2차 시험을 준비 중인 남춘길(23)씨. 이들은 피를 나눈 형제자매는 아니지만, 모두 한 지붕에서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각자 하고픈 일은 다르지만, 모두 미래의 행복을 꿈꾸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이다.
포스코 제철소가 멀리 내려다보이는 경북 포항의 선린애육원. 여기에는 50년 넘은 다른 건물과 달리, 지붕에 태양광 발전판을 얹는 2층 집이 눈에 띈다. 이 곳은 보람씨를 비롯해 보육원에서 자란 남녀 대학생 7명이 '홀로서기' 준비를 하는 스틸하우스. 스틸하우스는 '쇠를 만드는 게 주업'인 포스코가 사회공헌 사업으로 지은 집이다.
● 사회공헌활동은 업무의 연장
국영기업으로 출발한 포스코는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 여느 기업보다 '자연스럽고 중요한' 이슈다. 포스코가 사회공헌활동을 단순한 봉사활동이 아닌, 지속가능경영활동의 한 축으로 보는 이유다.
사랑의 집짓기 운동도 같은 맥락이다. 포스코는 단순한 기부 활동보다는 자신들의 업무가 곧 봉사활동이 될 수 있는 분야, 즉 철을 활용한 사랑 실천을 위해 2006년부터 스틸하우스 보급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스틸하우스가 자리를 잡은 건 아니다.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쇠로 만들기 때문에 빨리 짓는 동시에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추위와 더위를 잘 막아주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 차가운 느낌도 문제였다.
포스코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철로 된 외관은 시멘트 등을 덧씌워 차가운 느낌을 줄였고, 안에는 보온재와 단열재를 넣어 일반 주택과 별 차이가 없도록 했다.
포스코는 이렇게 만든 스틸하우스를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에게 20채, 그리고 사회진출을 앞둔 보육원 청소년의 보금자리로 2채를 지어줬고, 선린애육원이 그 중 한 곳이다. 자립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보육원을 나가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는데, 스틸하우스를 보육원에 지어줌으로써 청소년들이 좀 더 안정적으로 보육원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작년 11월 완공된 선린애육원의 스틸하우스에는 7명의 남녀 대학생들이 1층(남학생 4명)과 2층(여학생 3명)에서 가족처럼 생활하고 있다.
경주 위덕대에 다니는 보람(3학년)씨는 "다른 학생들과 같이 생활할 수 있어서 좋다"며 "학교가 조금 멀지만, 아르바이트 하면서 큰 불편함 없이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람씨는 얼마 전 미국으로 이민 간 후원자 덕택에 미국에서 7개월간 어학연수도 받았다. 장래 희망이 몸이 불편한 친구들을 돕는 특수교육 선생님인 그는 스틸하우스에서 차근차근 '미래 만들기'를 실천해 가고 있다.
포스코는 현재 올해 말 준공을 목표로 포항에 소외 여성을 위한 상담센터도 짓고 있다. 포항시가 제공한 시유지에 포스코가 스틸하우스를 짓는 방식으로, 시와 포스코가 서로의 능력을 아름답게 나누는 것이다.
● '1조원짜리' 혁신 노하우를 공짜로 공유
연 매출 30조원의 포스코는 최근 수년 간 매년 1조원가량의 원가를 줄이고 있다. 올해도 1조2,000억원 규모의 원가절감이 목표다. 이런 원가절감은 포스코의 끊임없는 혁신에서 비롯되는데, 그 뿌리에는 2002년부터 본격화한 포스코의 '6시그마' 혁신 운동이 자리잡고 있다.
6시그마 운동 정착에 매진했던 이구택 회장은 2004년 당시 "성과가 좋더라도 철학을 공유하지 못하는 사람과 같이 갈 수 없다"며 혁신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포스코는 이런 고진감래 속에 나온 혁신활동인 QSS(Quick Six Sigma) 확산을 위해 100여개 외주 파트너들의 리더 양성을 지원하고 있다. 외주 파트너들의 원가 절감은 하청업체의 이익 증가로 연결되고, 나아가 포스코가 생산하는 제품 경쟁력도 높이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작년 570여명의 혁신 리더를 양성한 데 이어 올해 840여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외주 파트너 직원들에게는 혁신 활동 지원을 위해 활동비와 특별격려금도 지급하는데, 작년에는 100억원 이상을 지원했다.
포스코의 전문성을 활용한 교육도 비중이 크다. 2005년 '중소기업 직업훈련 컨소시엄'을 활용한 집합교육을 시작했고, 2007년부터는 온라인 상의 'e-러닝'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작년에 교육 받는 외주 파트너 임직원들은 2만2,000여명에 이른다. 교육과정은 총 119개 과목으로, 웬만한 종합기술학교 수준이다.
외주 파트너들이 포스코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외주 파트너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원들 200여명이 매월 셋째주 포스코에 모여 공부하는 '토요 학습'이 그것. 이들은 철강산업 경영동향, 위기극복 대응전략 등을 분석ㆍ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포스코의 목표를 공유한다. 올해에는 이를 현장 감독 관리자로 확대해 1,500명이 자리를 함께 할 예정이다.
'테크노파트너십'도 포스코의 중요한 프로보노 활동이다. 박사급 연구원 600여명으로 구성된 기술자문단은 외주 파트너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컨설팅해 주는 것은 물론, 해당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기술을 무상으로 지원해 준다. 2006년 9월부터 지금까지 70여개사에 지원했는데, 호응도가 매우 높다.
포항=박기수 기자
■ 김문석 포스코 상무(사회공헌담당)
국영기업으로 출발한 포스코는 목적 자체가 '공익을 위한'(pro bono publico) 것이었다. '산업의 쌀'인 철강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는 제대로 된 경제발전을 이끌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민영화된 지금까지도 포스코 정신의 근간이다. 때문에 전문 지식과 기술을 활용해 사회 혹은 이웃을 돕는 것은 포스코의 자연스런 활동이다.
포스코는 올 2월말 취임한 정준양 회장이 언급했듯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위상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 사회공헌활동을 펴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사내 사회공헌그룹은 글로벌 및 그룹 공통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국내외 공헌활동을 지원한다. 아울러 제철소가 있는 포항과 광양에도 관련 팀을 둬 지역사회 협력 및 봉사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작년 7월에는 그룹 내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주요 출자사와 포스코청암재단이 함께 참여하는 '포스코 사회공헌위원회'를 발족했으며, 2010년까지 포항, 광양, 경인 지역에 각 1개씩 사회적 기업을 설립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먼저 포항지역에 스틸하우스를 전문적으로 짓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포스코의 철강 기술을 접목시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건축자재를 100% 재활용하는 친환경 건축문화를 만들어내는 역할도 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앞서 작년 1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내 최초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인 '포스위드'를 설립했다. 포스코의 사무 및 통신지원, 세탁서비스 업무 등을 담당하는 이 회사 직원의 절반(125명)이 장애인이다.
포스위드는 지난 2일 노동부가 주최하고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주관하는 '2009년 장애인 고용촉진 대회'에서 대통령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포스위드는 장애직원의 회사적응을 위한 1대1 멘토링 제도 운영, 임직원 소통의 날인 'With Day' 운영, 장애직원 부모 초청간담회 실시 등 직원의 고용안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포스코는 올 6월에는 사내공모를 통해 '자연, 인간, 철이 함께하는 세상'이란 사회공헌 슬로건을 제정, 선포하고 범포스코 차원의 모든 나눔경영에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사회공헌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회사는 물론, 임직원 모두가 생활 속에서 체화하자는 뜻에서 출발한 것이다. 포스코 자체가 사회적 기업이 될 순 없지만, 창업이념인 '제철보국'(製鐵報國) 정신을 계승해 앞으로도 포스코의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에 힘쓸 것임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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