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사망자가 고위험군에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모두 병원을 방문한 시점과 타미플루 투약 시점이 너무 늦었던 것으로 나타나 환자와 의료진, 보건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초기대처가 요구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4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신종플루 사망자 7명 가운데 6명은 65세 이상 노인이거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던 고위험군이다. 권준욱 전염병감시팀장은 "외국은 젊은 층에서도 신종플루 사망자가 발생하지만, 국내 신종플루는 65세 이상에 사망자가 집중되는 일반 계절독감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고위험군의 경우 젊은 층과 달리 초기에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등 신종플루의 전형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치료시점을 놓칠 수 있다는 것. 여섯 번째 사망자인 67세 만성간질환 환자의 경우 지난 달 20일 간헐적으로 기침증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특별히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6일이 지난 뒤에야 타미플루가 투약됐다.
네 번째 만성신부전증을 앓던 사망자는 병원 방문도 늦었을 뿐 아니라 초기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병원을 찾은 뒤 3일 후에 타미플루가 투약됐다. 일곱 번째 사망자 역시 이달 8일 병원 방문 때만 해도 발열만 있었고, 호흡기 증상은 10일에나 나타나는 바람에 타미플루 투약은 12일에 이뤄졌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고위험군 사망자 6명 가운데 3명이 증상이 나타난 지 5~7일만에 병원을 방문했고, 또 이들 6명 가운데 4명은 병원을 방문한 날과 타미플루 투약일 사이 3~9일 정도 간격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타미플루는 통상 48시간 내 먹어야 효과가 높다. 여기에는 환자의 소극적 대처뿐 아니라 보건당국의 경직적인 처방지침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당국은 고위험군이라 해도 발열과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의사가 처방하도록 돼 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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