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고가 약' 논란이 제기돼 온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가격인하에 제동이 걸렸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김종필)는 글리벡의 약가인하 고시 시행을 유예해 달라는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가격을 내리게 된 합리적 이유에 대한 피고(복지부)의 입증자료가 부족했다"며 "약가가 내려갈 경우 원고가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환자들의 궁박한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약가 인하로 인한 부담을 원고가 다 져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노바티스가 독점 공급하고 있는 글리벡은 백혈병 환자 단체와 시민단체의 요구로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직권으로 약값을 인하한 첫 사례로 기록됐으나, 법원의 효력정지 결정에 따라 가격인하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복지부는 15일부터 글리벡(100㎎ 기준)의 약값을 2만3,044원에서 1만9,818원으로 14% 인하한다고 1일 고시한 바 있다.
앞서 지난해 6월 환자 및 시민단체는 글리벡의 약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며 복지부에 약값 조정신청을 냈으며 1년여의 진통 끝에 지난달 복지부장관은 직권으로 '약값 14% 인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스위스계 제약사 한국노바티스는 "약값 직권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복지부 관계자는 "고시 시행이 연기될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 추가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며 "항고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제약사측이) 소송을 통해 특허만료 시점까지 '버티기'로 현행 약값을 유지하려는 속셈이 드러났다"며 "노바티스는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소송을 즉각 취하하라"고 요구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백혈병 환자 1명에게 투입되는 글리벡 등 약품비는 월 평균 276만5,000원이 넘는다. 특히 글리벡은 평생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하는 약값도 매년 100억원씩 불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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