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능인선원 원장 지광(智光ㆍ59) 스님이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신정아씨 허위학력 사건의 파문이 번지던 2007년 8월 '서울대 중퇴' 학력이 사실이 아니라고 스스로 밝힌 지 2년 만이다.
지광 스님은 14일 기자들과 만나 "서울고를 졸업하고 1976년 학력 제한이 없던 한국일보 기자 시험에 합격해 입사한 후 동문 선배였던 인사 담당자가 이력서에 그렇게 써넣었던 게 공식 이력처럼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라며 "비난이든 칭찬이든 흘러가는 바람일 뿐,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해직기자가 된 뒤 수배 중 출가한 지광 스님은 1985년 능인선원을 연 후 방송대 영문학과를 4년 만에 졸업했다. 이후 서울대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지난 8월 서울대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논문 제목은 '간화선 수행론 연구_화두 참구의 원리와 방법론을 중심으로'이다. 그는 "'벽암록'과 '무문관' 등 선어록을 토대로 간화선의 유명한 공안들을 유형별로 분석, 화두를 참구하면 이뤄진다는 견성(見性)이 무엇인지를 탐구했다"고 논문 내용을 소개했다.
지광 스님이 논문에서 분류한 화두의 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달마가 서쪽으로부터 온 뜻은 무엇이냐?" 같은 '단도직입형', "뜰 앞의 잣나무" "차나 마시고 가라" 같이 모든 사물에 불성이 있음을 가리키는 '제법실상형', "남산에 구름이 끼니 북산에 비가 내린다" "달마에게는 왜 수염이 없는가" 같이 이치를 거스르는 '격외도리형', "말을 해도 30방이요, 말을 하지 않아도 30방" 같은 '진퇴양난형'이다.
그는 "견성은 곧 불성을 본다는 뜻이므로 불성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불성은 곧 공(空)이고 연기(緣起)이며, 중도(中道)"라며 "이를 위해 참선과 염불, 위파사나, 명상 등을 병행해나갈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력 파문 당시를 돌아보며 "내가 그렇게 비중 있는 인간인지 그 전에는 몰랐었다"고 웃으며 "인생의 온갖 굴곡과 이익과 손실 등이 모두 부처님 뜻이 아니겠느냐"고 담담하게 말했다.
능인선원은 능인불교대학 졸업자만 14만명, 신도 수 24만여명에 달하는 서울 도심의 대표적인 포교사찰이다. 2007년에는 뉴욕 지원을 개원해 최근 뉴욕국제대학 설립 인가를 받았으며, 경기 화성에 건립 중인 능인불교대학원대학도 2011년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광 스님은 이르면 2011년께 종교 화합을 위한 케이블방송국도 개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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