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서울 논현동 LG하우시스의 스퀘어갤러리. 새 바닥재 출시 기념식에는 특별한 손님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탈리아의 세계적 건축가이자 국보급 디자이너로 알려진 알렉산드로 멘디니(79)가 그 주인공. 세계 디자인계 3대 거장으로 꼽히며 그 동안 알레시(주방용품), 필립스(가전), 스와치(시계), 에르메스(명품) 등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작업하기도 했던 멘디니는 동생 프란체스코 멘디니(70)와 함께 새 바닥재의 디자인을 맡았다.
새 디자인 개발을 위해 수 억 원을 들였다는 LG하우시스는 아예 제품 이름에 '멘디니'를 붙였다. 회사 관계자는 "유명 디자이너가 생활용품이 아닌 바닥재 디자인을 맡기는 처음"이라며 "최고의 디자인은 세계 시장 제패를 위한 승부수"라고 설명했다.
바닥이 환골탈태하고 있다. 천장과 함께 실내에서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면서도 '발 밑'에 있다는 이유로 업신여김을 당해왔던 바닥이 최고급 디자인, 첨단 기능, 친환경 소재 등 멋진 새 옷으로 한껏 뽐을 내기 시작했다. 3,000억여원대로 추정되는 국내 시장을 넘어, 2억 달러짜리 시장 중국은 물론, 미국 바닥재 시장까지 공략하기 위한 업계간의 바닥 훑기 전쟁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올 초 LG화학에서 독립한 LG하우시스는 "최고급 디자인으로 명품 이미지를 덧칠한다"는 전략을 택했다. 프라다폰, 초콜릿폰 등 확 띄는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LG전자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양광석 기획팀장은 "휴대폰, TV 등 새 디자인을 입은 고가 제품(하이엔드)이 성공하면 결국 중가 제품(미들엔드) 시장까지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라며 "밋밋한 바닥재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유럽의 유명 디자이너를 접촉한 끝에 1년 전부터 멘디니와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
거장의 눈은 역시 매서웠다. 메디니 역시 무색무취의 바닥재를 자신의 아이디어로 탈바꿈시키고 싶다며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다. 이후 여러 차례 한국을 직접 찾거나 이탈리아에 상주한 LG하우시스 디자이너들과 머리를 맞댔다.
결과물은 파격 그 자체였다. 틀에 박힌 사각형 모양 바닥재에서 벗어나 멘디니 특유의 화려한 컬러와 기하학적인 조각을 퍼즐 맞추듯 적용, 1만3,000여 가지의 패턴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혁신적 바닥재가 탄생한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퍼즐 모양의 조각들이 온도 등 환경 변화에도 제 모양을 유지할 수 있는 첨단 소재들도 별도로 개발됐다.
회사 측은 '멘디니 바닥재'를 학교, 전시장, 프랜차이즈 매장 등 상업용 시장 중심으로 집중 공격하기로 했다. 동시에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는 멘디니의 이름을 적극 살리는 전략을 활용할 계획이다.
한화 L&C(옛 한화종합화학)는 기능성을 강화한 아이디어 바닥재로 불황을 극복했다.
올 초 내놓은 '개구리 중사 케로로' 캐릭터 바닥재가 대표작.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아기자기함으로 시선을 끄는 동시에 일반 바닥재보다 2배 이상 두꺼운 쿠션 층을 적용, 일반 콘크리트 구조에서 75데시벨(㏈)인 층간 소음을 55dB로 줄였다. 또 폭신한 촉감으로 편안한 보행 감을 주고 안전 사고 발생 위험을 줄여 아이들이 안심하고 뛰어 놀 수 있게 했다. 3월 출시 이후 매달 10%의 판매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한화 L&C의 PVC 바닥재 중 가장 높은 판매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특수 안료를 사용, 온도(섭씨 31도 기준)에 따라 갈색과 회색으로 색깔이 달라지는 '명가 매직'은 한 가지 바닥재로 두 가지 색을 낼 수 있는 '1석2조' 효과로 큰 호응을 모으기도 했다.
동화자연마루는 친환경 바닥재로 승부수를 던져 성공한 케이스. '유해물질 제로'를 내세우며 포름알데히드가 거의 방출되지 않는 E0 등급의 목재를 기본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시공 때도 환경 유해 물질을 내뿜는 접착제를 쓰지 않고, 나무와 나무판을 끼워서 만드는 조립(클릭) 시공법을 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 수익원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싸매 온 업체들이 바닥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면서 "바닥이 편해야 삶이 편하다는 생각에서 환경을 비롯한 소비자의 안전은 물론 감수성을 자극하고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상품들을 꾸준히 개발하면서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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