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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전입 가르치는 강남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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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전입 가르치는 강남 학교

입력
2009.09.15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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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에 가기 위해선 그 근처로 주소를 옮겨두는 게 좋아. 구청에서 단속 나올 수 있으니까, 옷가지 몇 개 걸어놓고…."

최근 서울 강남의 모 중학교 3학년 담임 교사 A씨가 자기 반 학생들에게 조회시간에 가르쳐준 위장전입 '지침'이다. 이 학교가 강남에서도 다소 외곽에 있다 보니, 강남지역 선호 고교에 진학하기 위해선 '강남지역 내 위장전입'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A교사는 "혹시 모르니까 컴퓨터 IP 주소도 옮겨둬라"고 단속을 피하는 방법을 꼼꼼히 알려줬다. 이 학교에 다니는 B(15)군의 부모는 "위장전입생이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어떻게 교사가 학생들에게 버젓이 위장전입을 가르치는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장관 후보자들이 발표될 때마다 '자녀 진학용' 위장전입 의혹이 쏟아지는 현실을 반영이라도 하듯 강남지역 일부 중학교 교사들이 진학 지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위장전입을 공개적으로 유도하는 일까지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이 원하는 학교 진학 기회를 부여할 목적으로 내년 고교 입학생부터 적용키로 한 '고교선택제'가'강남 내 위장전입'을 부추기는 데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강남 지역 자치구에 따르면 서울고 등 인기 학교가 몰려있는 서초구의 경우 6월 기준 13~15세(중1~3) 거주자가 41만5,464명으로 1년 새 9,615명이나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1,152명이 감소했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급증세다. 이 지역 최고 선호학교로 꼽히는 서울고가 있는 서초3동은 7~8월 전입건수가 93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24건) 보다 200여건이나 증가했다. 이 학교 인근의 한 부동산업자는 "지난 연말부터 엄마와 예비 중3생이 함께 와 서울고에 쉽게 갈 수 있는지를 물어보고 집을 구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선호학교가 있는 강남 지역으로의 전입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고교선택제 허점 때문이다. 12월 시행될 고교선택제는 지역ㆍ학교 구분 없이 최대 4곳의 일반계 고교를 학생들이 직접 선택해 지원할 수 있게 할 예정이지만, '강남 전입 러시'라는 복병을 만난 것이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한 뒤 추첨을 통해 선발하는 1,2단계(정원 60% 선발)에서 지망학교에 떨어졌더라도, 3단계에선 근거리 요소가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해 해당 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크게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때문에 고교선택제 도입에도 불구, 명문대 진학율이 높은 학교가 많은 강남권 선호고교는 오히려 예전에 비해 상종가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3단계 배정 기준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근거리 거주 학생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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