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검 순천지청은 7월 전남 순천에서 발생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은 숨진 최모(59)씨의 남편 백모(59)과 딸(26)이 자신들의 부적절한 관계를 알고 있는 최씨와 갈등을 겪어오다 불만을 품고 저지른 것으로 14일 결론 내렸다.
그러나 검찰은 백씨 부녀가 최씨를 살해했다는 자백 외에는 살인과 관련된 직접 증거들을 확보하지 못한 채 백씨 등을 존속살해 혐의 등으로 기소해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에 따르면 백씨는 7월6일 오전 7시30분께 순천시 황전면 자신의 집에서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 1병을 최씨에게 건네줘 최씨가 이를 마시고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이 막걸리를 희망근로 현장에 가져가 동료 3명과 나눠 마셨고, 이중 1명은 최씨와 함께 숨졌다.
백씨는 사건 발생 나흘 전 최씨와 함께 순천시내 한 시장 순대국밥 집에서 밥을 먹고 막걸리 3병을 산 뒤 집에서 1병을 마시고 나머지를 냉장고에 보관해오다 이틀 뒤 청산가리와 함께 딸에게 건넸다. 딸은 이중 1병에 청산가리를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백씨 부녀가 15년 전부터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이를 알게 된 최씨로부터 지속적인 욕설과 질책을 받는 등 갈등을 빚다 백씨가 딸의 살해 제의를 받아 범행을 저질렀다"며 "수사과정에서 백씨 등이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건은 정황(간접증거)만 제시됐을 뿐 혐의를 입증할 직접증거가 없어 백씨 등이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할 경우 살인죄 유죄를 둘러싼 검찰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딸은 실제로 범행에 사용했던 청산가리를 마을 앞 개천에 버렸다고 진술하고 있고, 백씨가 막걸리를 구입했다고 밝힌 식당 주인 등도 백씨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검찰은 이에 대해 "자백과 범죄의 신빙성을 높일 수 있는 보강증거가 있다"며 공소유지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순천=김영균 기자 ykk22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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