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임신과 함께 현역 은퇴를 선언할 때 그의 나이 스물 넷이었다. 지난해 2월 딸 야다를 낳았고 올 초에는 현역 복귀를 선언했다. 두 살배기 딸을 품에서 내려놓은 채 지난 달 두 차례 투어 대회에 출전했지만 8강과 16강에서 각각 탈락했다. 여자 단식과 복식에서 모두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2003년 8월의 영광은 오래 전 추억일 뿐이었다.
그가 올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US오픈 여자단식 16강에서 세계랭킹 3위 비너스 윌리엄스(미국)를 꺾을 때만 해도 작은 이변으로 치부됐다. 그러나 4강에서 지난해 챔피언 서리나 윌리엄스(2위ㆍ미국)의 아성까지 무너뜨리자 현지 언론은 그에게 '슈퍼 맘'이라는 닉네임을 붙이고 술렁이기 시작했다.
US오픈테니스 여자단식 결승이 열린 14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 '슈퍼 맘' 킴 클리스터스(26ㆍ벨기에)는 마침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캐롤라인 워즈니아키(8위ㆍ덴마크)를 2-0(7-5 6-3)으로 완벽하게 제압했다.
'엄마 선수'가 메이저대회 단식 우승을 차지한 건 1980년 윔블던의 이본 굴라공(호주) 이후 29년 만이다.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선수가 US오픈 단식 우승을 차지한 것도 남녀 통틀어 이번이 첫 사례다. 클리스터스는 아직 랭킹 포인트가 없어 이번 대회에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출전했다.
이진수 대한테니스협회 홍보이사는 "클리스터스는 강한 체력과 빠른 스피드를 주무기로 하는 선수였는데 아기를 낳은 후에도 스피드가 전혀 느려지지 않은 모습이었다"며 "앞으로도 당분간 클리스터스의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날 열린 남자단식 준결승에서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1위ㆍ스위스)와 후안 마틴 델 포트로(6위ㆍ아르헨티나)가 노박 조코비치(4위ㆍ세르비아)와 라파엘 나달(3위ㆍ스페인)을 각각 세트스코어 3-0으로 완파하고 결승에서 맞붙게 됐다.
1920년부터 25년까지 US오픈 남자단식을 제패한 윌리엄 틸덴(미국) 이후 84년 만에 US오픈 6연패를 노리는 페더러는 지난해 프랑스오픈부터 메이저대회 7회 연속 단식 결승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페더러는 델 포트로를 상대로 6전전승으로 압도하고 있어 우승 가능성은 더욱 높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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