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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천안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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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천안문에서

입력
2009.09.15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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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각지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천안문 앞은 장사진을 이루었다. 띄엄띄엄 여행사의 깃발도 섞였다. 사람들은 마오쩌둥 사진이나 쌍둥이처럼 생긴 군인 옆에 서서 사진을 찍으며 웃어댔다. 관광객들 사이에서 그녀들은 금방 눈에 띄었다. 치렁치렁한 붉은색 치마와 커다랗고 화려한 꽃이 수놓인 허리띠, 묵직한 두건 등 중국의 소수민족인 듯했다. 누군가 그녀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그녀들도 작심하고 천안문 구경에 나선 관광객일 뿐이었다.

중국은 한족을 제외한 55개의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져 있다. 얼마 전 한족과 위구르인들 사이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이 떠올랐다. 그녀들 중 한 명에게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해맑은 눈빛의 여자가 쾌활하게 말했다. '이난'이라는 곳에서 왔다고 하는데 중국통인 한국문학번역원의 강윤형씨도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녀들은 자연스럽게 자금성 안에서 뿔뿔이 흩어졌다.

똑같은 옷에 화장기 없는 얼굴, 고만고만한 키까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누가 누군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자금성 깊숙한 곳에서도 그녀들 중 하나와 툭툭 부딪혔다. 축제와 다름없는 오랜만의 먼 나들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광객 수는 배로 불었지만 그녀들은 일행을 잃을까 걱정하지도 않았다. 하기사 그 복장은 어디에서나 한눈에 띄었다. 활기차고 아름다운 여인들이 있는 곳, 이난에 가고 싶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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