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훈이에게 요리사가 되라고 말해본 적이 없습니다.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했더니 어느새 세계 최고 요리사가 됐네요."
이달초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제40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요리 부문 금메달과 레스토랑 서비스 부문 우수상을 각각 수상한 박성훈(19) 청운(22) 형제, 두 젊은이의 성취 뒤에는 이들이 재능을 100% 발휘하도록 이끌어준 부모가 있었다.
박희준(46ㆍ한국조리아카데미원장)씨는 1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캐나다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출전팀의 일원으로 금의환향한 두 아들 성훈, 청운씨의 손을 꼭 잡으며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옆에 있던 부인 홍영옥(46ㆍ백석문화대 조리학과 겸임교수)씨도 감개무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성훈씨는 이번 대회 요리 부문에서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권에서 최초로 금메달을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서양인의 독무대나 다름없는 요리 부문에 박씨가 우승한 것은 영어 말하기 대회에 영어 모국어 사용자가 아닌 출전자가 금메달을 딴 격"이라며 놀라워하고 있다.
박 원장은 아들 성훈씨가 요리에 필요한 재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발견했다.
"성훈이가 어렸을 적부터 로봇 조립을 좋아하고 피아노를 잘 치는 등 손으로 뭔가를 하는 것을 잘하더군요. 그런데 성훈이가 요리사가 되는 것이 제게는 걱정 반, 기대 반이었습니다."
박 원장은 요리가 칼을 만지고 불을 쓰는 직업이어서 위계질서가 엄격하고 노동강도가 높다는 것을 경험한 터였다. 그런데 성훈씨가 2001년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에서 열린 36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하얀 조리모자를 쓴 요리사들이 요리 경연을 하는 것을 보고 "요리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후 박 원장은 요리 기술을 본격적으로 가르쳤고, 성훈씨는 두각을 나타냈다. 성훈씨는 중학생 때 한식, 양식, 제과 등 요리부문 5개 자격증을 따냈고, 2006년 병천고 조리과 1학년에 재학할 때는 전국기능대회에 최연소로 출전해 유명 호텔에서 일하는 30, 40대 주방장들과 경쟁해 우수상을 받았다. 충남 천안시에 있는 병천고는 조리, 미용, 애니메이션 등 전문 과정을 운영하는 통합형 고교다.
큰 아들 청운씨가 레스토랑 서비스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된 것도 그의 재능을 유심히 관찰한 어머니 홍영옥씨 덕분이다.
홍씨는 "청운이가 여러 사람 앞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하는 것을 좋아했다"며 "청운이에게 손님들에게 음식을 추천하고 서빙을 하는 레스토랑 서비스를 자주 접하게 했다"고 말했다.
자녀 교육에 관련한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는 박 원장은 "자녀의 재능을 발견했다면 자녀가 그 분야를 충분히 체험할 수 있게 해주고 자연스럽게 동기를 가질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조리학원의 원생 가운데 인문계 고교생들이 있는데, 요리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기에 제약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재능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전문 고교를 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박성훈씨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게 요리의 매력"이라며 "창조적이면서 인내심과 근면함이 있는 사람에게 요리사가 맞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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