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컴퓨터(PC) 업계의 지형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덩치 큰 몸집으로 각 가정 안방을 굳건하게 지켜오던 데스크톱은 날씬한 몸매를 갖춘 노트북 등의 기세에 눌려 뒷전으로 물러나고 있는 반면, 모바일 인터넷 대중화를 등에 업은 넷북은 만만치 않은 기세로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데스크톱의 독주 속에 노트북이 유일하게 추격전을 펼쳤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시장조사기관인 한국IDC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PC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에 비해 2.8% 가량 늘어난 107만대. 이중 데스크톱은 61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넷북은 1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50%나 급증했다. 노트북은 36만대로, 전년동기(39만8,000대)대비 다소 줄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시장규모는 커지는 추세다.
지난해 초 국내 시장에 첫 선을 보인 넷북의 급상승세는 아담한 크기에 인터넷 접속 등 기본 기능만을 이용하려는 고객들의 강력한 지지에 힘입은 바가 크다. 경기 침체기에 40만~7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출시되면서 타임마케팅이 이뤄진 점도 넷북의 점유율 확대를 도왔다. 이동통신 업체가 휴대인터넷(와이브로)과 연계한 결합 상품으로 넷북을 내놓으며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구매층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넷북에 비해 성장세가 다소 주춤하고는 있지만 데스크톱의 대체 수요로 노트북을 꼽는 데 큰 이견은 없다. 이용자제작콘텐츠(UCC)와 동영상, 게임 등 각종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강화되면서 성능 면에서 데스크톱과 견줘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100만원대 초반 가격으로 출시된 점도 매력적이다. 복잡한 케이블 선을 연결해야 하는 일반 데스크톱에 비해, 전원 공급선 사용만으로 편리성을 높인 것도 장점이다.
반면, 한 때 경쟁자가 없는 독점적인 위치에서 특권을 누렸던 데스크톱은 개인용 PC 시장에서 노트북 등의 거센 공세로 '1인자'의 자리를 내줘야 할 위기에 놓였다. 데스크톱이 최근 '인텔 코어 i7' 등 차세대 프로세서를 탑재, 노트북 보다 월등한 성능 제공으로 게이머와 그래픽 디자이너를 포함한 전문화 계층을 공략하고 나선 것도 살아남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또한 어린이 전용 PC 등을 공략하면서 신시장 발굴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에선 과거 정적인 장소에서 주로 이뤄졌던 작업 환경이 PC의 성능 향상과 더불어 동적인 공간에서도 가능해짐에 따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제품군도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고객들의 사용 패턴에 따라 향후 PC 시장은 세분화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맞게 넷북과 노트북, 데스크톱 등도 독자적인 틈새시장을 개척해 가면서 공존해 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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