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대증요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대증요법

입력
2009.09.15 00:44
0 0

질병 치료에서 근본원인을 제거하는 원인요법과는 달리 증상을 완화하거나 억제하는 치료법이 대증요법이다. 가령 세균성 장염으로 고열과 설사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항생제를 투입하는 대신 해열제와 지사제를 투입해 당장의 고통을 덜어주는 방법이다. 그것이 직접 질병 치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명백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증상 악화로 생사의 기로에 놓일 수 있는 급성 질환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치료법이다. 내버려두었다간 세포ㆍ조직의 파괴나 중요 기관의 기능부전을 부를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을 늦추어 시간을 벌어준다.

▦시간 벌기의 의미는 질병, 특히 병원체 감염에 의한 전염병과의 싸움에서는 결정적이다. 우선 몸 자체의 면역체계가 제대로 발동할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또 여러 수단을 동원해 병원체와 싸우는 시행착오를 거쳐 면역체계를 최적화하는 데도 시간은 불가결하다. 전염병 가운데서도 병원체를 죽이는 항생제가 나와 있는 세균성 질환과 달리 병원체를 직접 죽일 수는 없는 바이러스성 질환에서 대증요법의 의미는 더욱 커진다. 흔히 치료제로 불리지만 항바이러스제의 작용은 바이러스의 활동과 증식을 억제하는 데 그치기 때문에 그만큼 대증요법과 거리가 가깝다.

▦지난 주말 독감에 시달렸다. 열과 두통, 급성장염 증세가 함께 왔다. 신종 플루를 의심했지만, 주말이라 병원을 찾기 어려워 종합감기약으로 버텼다. 해열에 좋은 생강차를 마시고, 과일과 야채로 비타민C를 듬뿍 섭취했다. 가벼운 두통과 미열을 빼고 대부분의 증상은 호전됐다. 세계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신종 플루도 새로운 형태의 독감 바이러스(H1N1)에 의한 질병이다. 치료제인 타미플루나 릴렌자도 항바이러스제에 불과하다. 그것이 전통 독감이든, 신종 플루든 일단 대증요법으로 이겼고, 면역력도 작용할 것이다.

▦신종 플루를 포함한 모든 독감은 면역 기간이 짧아, 대항법을 몸보다는 머리에 담아두는 게 낫다. 자본주의 경제의 독감이라 할 만한 불황이나 공황도 마찬가지다. 1년 전 시작된 세계적 금융위기는 1929년 대공황을 웃돈다는 평가와는 달리 고통이나 회복속도가 당시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과 바이러스형이 닮았는데도 희생자가 훨씬 적은 신종 플루와 비슷하다. 역사적 경험을 잘 살린 대증요법의 효과다. 다만 원인치료가 아니어서 언제든 위기를 부를 '탐욕의 폭주'를 뿌리뽑지 못했다. 불씨가 남았으니 우려도 그대로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