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이 또 문제가 되고 있다. 다만 과거에는 한둘이 문제였던 데 비해 이번에는 민일영 대법관 후보를 비롯, 정운찬 총리, 임태희ㆍ최경환ㆍ이귀남 장관 후보 등 청문회 대상 공직후보 거의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위장전입은 명백하게 실정법 위반 사안이며 폭행이나 과실치사보다 형량이 높은, 죄질이 중한 범죄다.
지난 정권에서는 숱한 총리ㆍ장관급 인사나 그 후보자들이 위장전입 문제로 중도하차 내지 낙마했다. 그런데도 최근 검찰총장이 임명절차를 통과했듯이 현 정부 들어 이 부분에 대한 기준이 다소 무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부동산투기 목적의 위장전입은 용납할 수 없지만, 자녀 교육 등 여타 사유는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다는 식으로 도덕적 판단기준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공직자들의 위장전입 전력은 대개 1970~90년대에 이뤄진 것이어서 이해할 만한 대목이 전혀 없지는 않다. 사회경제적 성취가 도덕성보다 우선가치였던 그 시대에 말단, 혹은 초급 간부였을 지금의 공직 후보들이 일반과 다른 특별한 문제의식을 가졌기를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일 것이다. 더욱이 지난 대선에서 국민 다수가 여러 차례 자녀교육 목적의 위장전입 전력을 고백한 후보를 선택한 마당에 이제 와 새삼 이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모양새도 사실 우습다.
그러나 현실적 측면을 애써 인정한다 해도 불법행위에 대한 가치판단 자체가 왜곡돼서는 안될 일이다. 서울 강남의 일부 학교에서 위장전입에 적발되지 않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는 보도는 그래서 충격적이다. 지도층의 잘못된 처신이 사회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미치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점에서 공직후보들은 진심으로 과거의 이기적 처신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또 사회적으로는 차제에 이 논란을 법과 상부하는 엄정한 도덕적 기준을 세우는 경계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라도 이런 불법이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는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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