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주최하는 '문장청소년문학상' 8월 시 장원에 김은림(평촌고)양의 '세차하는 날'이 뽑혔다. 이야기글 부문에서는 함윤이(한빛고)양의 '돼지 사는 세상', 비평·감상글에서는 권시우(경신고)군의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영화 <보리밭을 스치는 바람> ', 생활글에서는 최민영(필명·배화여고)양의 '하얀개'가 각각 장원으로 선정됐다. 당선작은 '문장' 홈페이지(www.teen.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보리밭을>
세차하는 날
- 김은림 (필명 '세베라')
아빠 따라
우리 집 고물차
자동 세차하러 가던 날
뒷좌석에 앉아
우주 구경을 한다
물방울, 아니 별빛인가
차창 밖으로 쏟아져 내려
희뿌연 은하를 만든다
검은 실오리들은 다가오고
블랙홀이라 불리는 저 손길에
별빛들은 빨려 들어가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어느새
아빠의 고물차는
우주궤도를 벗어나
지구로 돌아왔다
차에는 별빛들의 흔적으로
광택이 반짝 난다
아
내가 저 별빛 같았다면
제 몸은 말라 사라져도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흔적으로 남는다면
아빠 따라
세차하러 가던 날
백미러에서
살아남은 물방울 하나가
반짝
빛을 담는다.
● 심사평
이 시는 일상의 잔잔한 파장을 시적 긴장으로 길어올리는 시입니다. 아빠와 함께 세차를 하면서 사라지는 물방울에 대한 여운과 반짝이는 슬픔 같은 것에 대해 생각하는 화자의 시선이 곱고 아름답습니다. 이처럼 시는 때로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아주 가까운 곳에서 발견되어진다는 것, 시의 자장력은 항상 지금 이곳에서 가장 멀리 퍼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작품입니다.
김경주·시인
*한국일보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은 '2009 문장청소년문학상 연중 온라인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문학관 글틴(teen.munjang.or.kr) '쓰면서 뒹글' 게시판에 시, 이야기글, 비평·감상글, 생활글을 올리면 됩니다. 문학에 관심있는 청소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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