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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전집 춘추전국시대… 살아남기 차별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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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전집 춘추전국시대… 살아남기 차별화 전략

입력
2009.09.14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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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시장의 침체란 이야기를 무색케 하듯 고전문학 작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세계문학전집 시장의 열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1998년 출간이 시작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필두로 '대산세계문학총서'(2001년), '을유세계문학전집'과 '웅진 펭귄클래식'(이상 2008년)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문학 전문 출판사인 문학동네도 11월초 세계문학전집을 선보일 예정이다.

1970~80년대 호황을 누리다가, 가로쓰기의 확산과 함께 10년 이상 소멸됐던 세계문학전집 시장을 되살린 것은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이다. 한글 전용, 중역(重譯) 배제 등을 원칙으로 내세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최근 210권을 돌파했으며 지금까지 680만부 가량 판매됐다.

셰익스피어나 괴테처럼 저작권이 소멸된 명작들은 물론이고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등 20세기 거장들의 저작권도 일찌감치 확보함으로써 시장 선점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대산세계문학총서는 '고전의 원(元) 텍스트 번역'을 기치로 출간, 문학연구자들을 중심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 전집의 첫 출간분인 로렌스 스턴(1713~1768)의 <트리스트럼 샌디> 는 제임스 조이스에게 절대적 영향을 준 작품이다. 초역 비율이 30%가 넘을 정도로 국내 처음 소개되는 작품도 많은 편이다.

현재까지 23권이 출간된 을유문화사의 을유세계문학전집은 번역의 수준 면에서 가장 신뢰할 만하다는 중평이다. "논문으로 인용할 수 있는 번역본을 만들겠다"는 취지에 걸맞게 전문 번역자들보다 해당 작가 전공자들에게 번역을 맡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있다.

웅진단행본그룹과 펭귄사가 합작해 만든 펭귄코리아의 펭귄클래식은 지난해 5월 첫 권을 내기 시작, 1년 반 만에 50권을 돌파하는 등 속도감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학 고전뿐 아니라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등 인문가 포함된 것이 특징. 판형을 문고판으로 해 차별성을 두었다.

5년여의 준비를 거쳐 11월초 첫 선을 뵈는 문학동네의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은 시장의 최대 관심사. 문학평론가 남진우, 황종연씨가 편집위원을 맡았고 송병선 울산대 교수(스페인어권), 변현태 서울대 교수(러시아어권), 이재룡 숭실대 교수(프랑스어) 등 각 언어권의 전문가들로 기획위원을 구성했다.

출범과 동시에 20권을 한꺼번에 낼 예정이며 연내 40권, 2년 내 100권 출간이 목표다. 발자크의 <루이 랑베르> 등 대가의 묻혀진 작품, 최근 별세한 재미 한국작가 김은국의 <순교자> 등 기존 세계문학전집이 상대적으로 관심을 적게 기울였던 분야를 적극적으로 개척하겠다는 의지다.

'정본(正本)'을 만든다는 목표 아래 기존에 번역됐던 르 클레지오의 <홍수> ,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 등도 완역할 예정이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지만, 문학 전문 출판사이자 자본력을 갖춘 문학동네의 시장 진입이 가시화되자 기존 출판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웅진펭귄클래식의 경우 그리스 고전 시리즈는 물론이고 J S 밀의 <자유론> 등 인문·사회 분야의 고전들을 리스트에 포함시켜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50권 간행에 맞춰 세트 판매와 함께 독자에게 유럽문학기행을 제공하는 등의 이벤트도 계획 중이다. 민음사의 경우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았던 지역의 작품을 적극 발굴하고 비주류로 취급받았던 장르문학도 적극적으로 수용해 선두주자로서 아성을 굳히겠다는 생각이다.

문학동네의 진출이 세계문학전집 시장의 확대를 가져올지, 제살깎아먹기 식 시장 혼란을 부를지는 미지수. 아무튼 출판계에서는 자본력을 갖춘 민음사와 문학동네의 마케팅 전쟁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은수 민음사 대표는 "민음사의 경우 100권을 낸 2004년까지도 적잖은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며 "세계문학전집을 안정적으로 발간하려면 번역품질의 향상, 새로운 분야의 개척 등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태형 문학동네 대표는 "시장 전망은 아직 막막하다. 우리는 후발 주자이므로 단어 하나, 구절 하나도 정치하게 번역하고 초역 비율을 50% 이상 높이는 것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밝혔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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