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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가 펑정지에 개인전/ 사시 여인들, 물질적 삶에 길 잃은 중국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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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가 펑정지에 개인전/ 사시 여인들, 물질적 삶에 길 잃은 중국 초상

입력
2009.09.14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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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칠한 것처럼 하얗게 화장한 여인들의 거대한 초상화는 섬뜩한 느낌을 준다. 하얀 동공 속 점처럼 작은 눈동자들은 하나같이 바깥쪽으로 쏠려있고, 입술은 탐욕스러울 만큼 붉고 크다. 장샤오강(張曉剛ㆍ51), 정판쯔(曾梵志ㆍ45) 등과 더불어 중국 현대미술의 대표 주자 중 한 명인 펑정지에(俸正杰ㆍ41)의 '중국 초상' 시리즈는 이렇게 사시 여인들의 얼굴을 통해 혼란스러운 중국 사회의 단면을 말한다.

11일 서울 청담동 디갤러리에서 시작된 개인전을 위해 내한한 펑정지에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 "급격한 경제발전으로 물질적 삶에 중독된 중국인들의 내면적 방황과 허무함을 나타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최신 패션잡지 표지 사진에서 얻은 여인의 이미지들은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국적조차 불분명할 만큼 개성이 없다. 그의 여인들을 확실히 중국인으로 만드는 것은 강렬한 빨강과 초록색의 조합이다.

그는 "두 색은 중국의 가장 전통적인 색이기도 하지만, 물질문화를 상징하는 화려한 간판의 색깔이기도 하다"면서 "주제를 잘 전달하기 위해 전통의 색을 더욱 눈에 띄게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현대미술은 최근 몇년간 세계 미술시장을 선도하며 폭발적 성장세를 거듭했고, 펑정지에의 작품 또한 국제 경매에서 10만 달러를 넘는 낙찰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펑정지에는 "이런 현상은 중국 미술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경제적 호황과 맞물린 미술 시장에 의한 것"이라면서 "시장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공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중국 초상' 시리즈 외에 꽃과 해골의 형상을 함께 그려넣은 신작도 선보이고 있다. 작가가 최근 부모의 죽음을 겪은 후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서 시작한 시리즈라고 한다. 10월 10일까지. (02)3447-0048

글·사진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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