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레스토랑식 서비스'라는 말이 있다. 지역을 불문하고 똑같은 서비스, 똑같은 메뉴를 제공하는 특징을 강점으로 앞세운 외국계 외식업체들이 점포를 늘리면서 등장한 용어다. 이들 외국 업체의 공격 경영에 자극을 받은 토종 업체들도 표준화된 서비스 개발에 열을 올리던 시절에 자주 언급됐다.
하지만 매장 표준화를 강조해온 외국계 외식업체들이 최근에는 지역별로 매장 콘셉트를 변화시키는 등 토착화에 힘쓰고 있다.
미국 브랜드로 외식기업 롸이즈온이 운영하는 베니건스는 기존의 획일화된 패밀리 레스토랑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지역과 고객의 요구에 맞춰 변화를 시도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 삼성점의 경우 인근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회사가 밀집한 지역 특성을 고려, '와인 다이닝'의 콘셉트로 지난해 매장을 새로 꾸몄다. 2만~6만원대의 다양한 와인을 구비하면서 직장인 고객의 비중이 70%까지 높아졌다. 100명까지 수용 가능한 세미나룸과 8~15명이 회식 장소로 쓸 수 있는 프라이빗룸도 갖췄다.
지난달 개장한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에 입점한 T.G.I 프라이데이스는 '젊음의 거리' 신촌의 지역적 특성을 살렸다. 기존의 다크브라운 컬러의 '웨스턴 스타일' 인테리어에서 벗어나 주고객층인 20~30대를 겨냥, 경쾌하고 밝은 색상으로 꾸몄다.
역시 미국 브랜드인 토니로마스는 획일화된 매장 분위기에서 벗어나 지역에 맞춘 시설과 서비스로 고객 유치에 한창이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예술의전당점에는 인근에 사립초등학교가 많은 점에 착안, 생일파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회사가 밀집한 지역인 여의도 점포는 룸마다 흰 벽을 설치해 회의를 열 수 있도록 했다.
그밖에 피자헛 분당 정자역점은 주택가에 위치한 지역 특성을 살린 경우다. '파티룸'을 만들어 초등학생의 생일 파티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대학가에 있는 몇몇 피자헛도 대학생들의 학습ㆍ동아리 모임 목적의 파티룸을 마련해 뒀다. 또 미국 태생의 커피전문점 '커피빈 앤드 티리프' 서울 삼청동 점포는 옛 정취를 간직한 지역 특성을 고려, 미국 본사를 어렵게 설득한 끝에 이례적으로 한글 간판을 달았다.
이처럼 표준화된 서비스를 고집하던 외국계 외식 업체들이 지역별로 매장 차별화를 한 이유는 인터넷을 통해 쏟아지는 외식 정보의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박동명 롸이즈온 브랜드 마케팅팀장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싸이월드의 유행에서 촉발된 외식 정보의 범람으로 소비자들이 해외 브랜드의 패밀리레스토랑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서구식 음식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면서 "이에 따라 표준 규정을 중시하는 글로벌 외식업체들도 상권을 분석하고 지역 고객의 성향을 파악, 그들의 잠재된 욕구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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