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노동부가 이달 밝힌 미국 전체 실업률은 9.7%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가장 큰 주인 캘리포니아는 실업률이 40%를 넘는다. 5명 중 2명이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한다. 세계 7위권의 경제규모라는 캘리포니아의 상황이 이처럼 심각하자 미국의 경기회복은 그만큼 늦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캘리포니아 경제위기는 주정부 재정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다. 캘리포니아는 1978년 재산세를 대폭 삭감하면서 부유층의 소득세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세수 구조를 갖게 됐다. 그런데 이 세수가 경기침체에다 세제시스템의 결함까지 겹쳐 급전직하하면서 문제가 터진 것이다.
우선 재정난으로 공무원과 각 기관의 예산을 삭감하다보니 주정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게 문제다. 매달 첫째, 셋째 금요일은 아예 주정부가 문을 닫는다. 주립공원도 앞으로 1, 2주 내에 100여개가 폐쇄될 예정이다. 공무원 인력이 부족, 운전면허를 갱신하려는 민원인들로 자동차면허사무소 앞에는 연일 장사진이다. 주민들의 항의시위가 잇따르는가 하면 주정주를 상대로 한 소송도 봇물처럼 번지고 있다.
피해가 가장 극심한 곳은 학교이다. 주내 23개 캠퍼스를 두고 있는 캘스테이트대학은 새학기 등록금을 30%나 올렸다. 내년 봄학기에는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고, 정원도 4만명 줄이기로 했다. 주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내놓은 자구책이다. 어바인 캘리포니아주립대는 이번 학기중 1주일간 학교문을 닫기로 했다. 주정부는 2월 교육예산을 116억 달러 삭감한데 이어 7월 시작된 회계연도에서도 61억 달러를 추가로 줄였다. 자연히 학교마다 돈을 끌어들이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주의 프로 스포츠팀들에게 경기장 이용이나 스포츠용품 기부 등을 요구하는가 하면, 학생들 체육행사에 프로경기처럼 광고판을 유치하기도 한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최근 "교육구마다 자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무엇이든지 하려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학교 현실을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에선 이달 말 나올 세제개혁 제안서를 놓고 여야는 물론, 이해당사자간의 정쟁이 한창이다. 워싱턴의 축소판을 보는 듯 하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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