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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어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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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어디나

입력
2009.09.13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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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도착해서 북경도서전을 치른 번역원 직원들은 북경의 교통 체증에 고개를 흔들었다. 그게 다 건국 60주년 행사 준비 때문이었다. 천안문에서 있을 축하 퍼레이드에 20만 명의 시민들이 동원되었다. 열병식에서는 첨단 무기도 소개된다고 한다. 중국으로선 막강해진 국력을 대외에 알릴 좋은 기회일 것이다. 러시아워 시간에 딱 걸렸지만 천안문까지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어렵게 도착한 지하철역 출입구는 셔터가 닫혀 있고 밖에서 누군가 자물쇠까지 걸어놓았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계단 아래에서 올라온 역무원이 힘겹게 자물쇠를 따고 문을 열어주었다. 그럼 밖에서 자물쇠를 잠근 이는 어디로 간 것일까. 도저히 그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일행이 물었다. 한번에 사람들이 몰릴 걸 우려해서라고 했다. 시간차를 두고 이렇게 지하철역의 문을 닫고 열어 지하철 이용객 수를 조절하는 걸까. 무엇이든 크다는 중국에서 유독 지하철역만큼은 규모가 작았다.

사람들이 한번에 밀리면 위험할 듯했다. 아무래도 넓은 거리 전체가 지하철 플랫폼인 듯했다. 지하철은 만원이었다. 옴짝달짝할 수 없었다. 오래 전 러시아워가 떠올랐다. 이상하게도 치맛자락이나 가방끈을 지하철 문에 끼운 채 달린 적이 많았다. 어느 역엔가 도착하자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고 한 방향으로 뛰었다. 환승역이었다. 러시아워 풍경은 어디나 똑같았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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