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최근 북한과의 양자대화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청와대는 일단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북한을 만나는 것은 6자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한 의도에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북핵 논의 과정에서 한국의 주도권이 상실되는 일이 없도록 대비책을 마련하는데도 부심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미대화는 6자회담의 대체가 아니라 북한을 6자회담의 틀로 끌어들이기 위한 단계적 조치로 여겨진다"면서 "북미간 접촉도 한미 양국간 협의 하에 진행되고 있어 일각에서 지적하는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우려는 없다"고 강조했다.
현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은 철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북미 양자대화가 북핵 문제와 경색돼 있는 남북관계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연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만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북미간 직접대화에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처럼 북미 대화 방침을 환영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북미 대화가 진행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공동 대응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대화가 실제 이뤄질 때까지는 어느 정도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그 기간 내에 북한을 제외한 5자국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며 북한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일단 이달 말 미국에서 개최되는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국과 각각 접촉에 나설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올 4월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G20회의에서도 미국과 중국, 일본 정상들과 양자 회담을 갖고 북한 문제에 대한 공조 원칙을 재확인한 바 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방미 기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법에 대한 큰 틀의 원칙을 재확인한 뒤 내달 중국에서 개최될 예정인 한·중·일 3자 정상회담에서 구체적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수순을 갖고 있다.
정부는 일단 북미 대화를 지켜본 뒤 향후 대북 정책을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서두르지 않고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북측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되, 남북관계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우리 측이 먼저 손을 내미는 과거 행태는 답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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