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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맥베스' 한국 풍물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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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맥베스' 한국 풍물과 만나다

입력
2009.09.13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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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개를 잡는 데는 칼 바람이 제맛이렸다!" "네 놈의 예리한 칼날을 허공에 수천번 휘둘러댄들, 내 피맛을 보기는 가히 어렵겄다. 이 몸은 여자가 낳은 놈에게는 절대 질 수 없는 생명의 마법을 갖고 있다."

판소리 사설이 아니다. '멕베스'에서 두 원수, 맥더프와 맥베스가 주고 받는 최후의 언어다. 극단 우투리의 '맥베스, 악(樂)으로 놀다'는 대사의 뼈대만 남겨놓고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한국의 전통 연희 속으로 끌고 온다. 입씨름 대목 중 맥더프의 대사는 더욱 가관이다.

"하. 그 놈 두꺼비가 직립보행하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그 두꺼비가 말을 해 보난디! 두껍, 두껍, 두껍 맥더프는 내가 낳았다. 이 놈아." 판소리가 울고 갈 판이다. 지난 1월 이 무대를 염두에 두고 두 차례 가졌던 워크숍의 성과에다 살을 붙인 결과다.

시간도, 장소도 먼 셰익스피어 시대의 텍스트를 근간으로 우리 고유 언어의 음악성을 가미했다. 이 극단이 지금껏 해 온 형식적, 구조적 실험이 서구 텍스트까지 확장된다. 특히 미래를 암시하는 마녀, 장차 들이닥칠 살인극을 예고하는 문지기 등의 존재가 부각돼 한 판 창극 무대를 연상케 한다.

일부 주요 대목에서는 전통 악보인 조선시대의 정간보를 차용한 기보법까지 개발, 대사의 고저장단을 일일이 지시하는 등 이 고전극을 음악적으로 만들자는 데 가장 큰 목적을 둔 무대다. 한국적 해체의 기법도 선보인다. 판소리의 아니리 등 즉흥 재담을 구사하거나, 대사를 국악 장단에 결합시켜 낸 '국악랩' 등이 대표적이다. 매체의 사용을 일체 배제한 무대는 태껸과 우리의 춤사위 등 고유의 신체언어와 즉흥에 무게를 둔다. 서구식으로 말하면 음악까지 배우가 담당하는 격이다.

6명의 배우들은 필요에 따라 악기소리를 내거나 북 등을 연주하며 극 속으로 드나든다. 다양한 리듬과 전자 타악이 그들을 감싼다. 녹음과 영상 등 현재의 무대 테크놀로지를 일체 배제하는 이 작품에 대해 각색∙연출자 김선애씨는 "몸과 물성 그 자체를 탐구한 결과"라며 "이 시대, 한국적 놀이판의 현재"라고 말했다.

특이한 것은 물의 존재. 배우들은 한지로 만든 의상에다 견장 등 신분의 표식을 번갈아가며 연기하는데, 극이 진행되면서 뿌려지는 물에 한지옷은 해체된다. 붙어있던 온갖 장신구들은 바닥에 널브러진다. 결국 남는 것은 물에 흥건히 젖은 종이뿐이다. 무대가 씻김의 제의성까지 띠는 이유다.

7년차의 이 극단은 '홍동지 놀이' '트로이의 연인들' 등의 작품을 통해 전통 연희가 현대에 어떻게 변용∙확장될 수 있을지를 탐구해 왔다. 김선애씨의 경우 '정가악회, 대타 뛰다'에서 가야금, 거문고 등의 줄풍류를 통해 이 시대 20대 초반 여성들의 일상과 고민을 풀어보였다. 해외의 고전적 텍스트를 한국적 이미지와 결합하는 작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 했다. 22~27일 나온씨어터. 평일 오후 8시, 토∙일 오후 4시, 7시. (02)2673-5580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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