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조(목적) 이 조례는 학교 내에서 휴대전화 및 휴대전자기기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하고 학생의 휴대전화 및 휴대전자기기의 교내 사용을 금지하도록 관리함으로써, 학생들의 건강을 지키고 바람직한 교수ㆍ학습 환경을 조성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
울산시 교육위원회가 3일 입법예고한 조례안이다. 내달 초 시의회에서 의결되면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부칙에 따라 바로 초ㆍ중ㆍ고교에 적용된다. 내용(제2조)과 대상(제3조)을 규정하고, 제4조에선 '각급학교장은 건강과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하여 학생이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등교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아니 되며,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등교하지 않도록 지도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휴대전화와 전자사전 등을 집에 두고 등교하고, 귀가한 뒤 사용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휴대전화 등교금지법'은 교사용
조례안을 만든 위원 7명이 대부분 교사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그것은 교사들의 생각만 간추린 입법으로 보인다. 조례안을 만들면서 그들이 공감을 구한 주장은 "내가 교사를 해 봐서 휴대전화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도 학생이었던 시절이 있었고, 학부모의 입장이 돼 보았다"는 목소리는 스스로 상상을 못했거나,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초ㆍ중ㆍ고교생들이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소지할 경우 그 폐해와 효율을 새삼 거론할 필요는 없다. 울산교육위의 입법 의도가 심히 유감스러운 것은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은 뒷전에 놓고 교사들의 편리만 생각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전자파로 인한 '학생들의 건강'을 앞세웠으나, 실제로는 그 뒤에 나오는 '바람직한 교수ㆍ학습 환경을 조성'하자는 데 있다. 수업 중 문자메시지 주고받기, 카메라 기능을 활용한 무례한 행동, 선생님 말씀 안 듣고 게임하기 등 학생들의 휴대전화는 교사 입장에서 '골치 아픈 애물단지'임에 분명하다. '저 놈의 휴대전화만 없다면…'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의 '학교 내 휴대전화 극성'에 시달리는 일본은 아예 문부과학성(우리의 교과부)이 나서서 초ㆍ중학교에 휴대전화 등교를 금지하는 교칙을 만들라고 종용하고, 앞으로 고교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일본의 경우 문자메시지를 통해 특정학생을 따돌림하는 사례가 사회문제화했기 때문이며, 일률적인 금지가 아니라 학부모가 허락한 경우는 소지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시행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 그것도 입법이 아니라 교칙의 차원에서 통제하는 것이다. 우리처럼 교사들을 위한 '교수ㆍ학습 환경 조성'이 주된 동기고 목적이 아니다.
총 8개 조항의 울산의 조례안은 제6조에서 교내 편리한 장소에 전화기 등의 통신수단을 설치하여 학생의 통화권을 확보토록 하고, 제7조에서 학교장이 휴대를 예외적으로 인정할 수 있다 하여 학생들의 입장을 배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별다른 효과가 없고 뾰족한 대안이 아니라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뻔하다.
교칙을 통한 자율규제가 바람직
교수ㆍ학습 환경 조성은 일차적으로 교사들의 책임이다. 학교생활의 중요 목표가 학업 성취와 사회 학습에 있고 학생과 학부모가 바람직한 환경 조성에 협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을 법으로 규제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같은 논리로 학교생활에 대한 규제를 법제화한다면 '수업 중 잡담금지 조례'나 '방과 후 즉시 귀가 촉진법' 등까지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현재 전국 대부분의 교육청은 이 문제를 학교장의 재량에 맡기고 있는데, 서울의 경우 초ㆍ중ㆍ고교의 3분의 1 정도에서 교칙으로 통제하고 있다. 이번 입법이 첫 사례로 확정되면 학생지도가 편하다는 이유로 다른 교육위에서도 따라 하겠다고 나설 게 뻔하다. 울산교육위의 재고와 시의회의 신중한 판단을 기대한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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