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李총재가 달라졌다… '금리 인상' 두드릴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李총재가 달라졌다… '금리 인상' 두드릴까

입력
2009.09.13 23:46
0 0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종료일은 내년 3월31일. 이제 6개월여 남았다. 연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기준금리를 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할 수 있는 기회도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딱 여섯 번뿐이다.

시장에선 지금 그의 얼마 남지 않은 임기에 주목하고 있다. 이 총재가 앞으로 6개월 동안 그 본연의 모습, 즉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기질을 결국은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10일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예상 외의 강한 어조로 금리인상을 시사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과연 이 총재는 퇴임 전 공격적 금리인상의 칼을 뽑을 수 있을까.

왜 달라졌나

평소 이 총재의 언행은 매우 신중했다. 매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방향에 대한 견해를 내놓을 때마다 언론과 시장관계자들은 그의 발언 진의가 무엇인지 추측하느라 분주했다. 금융위기가 진정돼 '출구전략'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올 상반기부터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쏟아낸 그의 발언들은 파격에 가까웠다. "현재 금융완화 강도는 경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상당히 강하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여전히 완화 상태일 수 있다"등. 용어들이 생소해서 그렇지, 금리를 올리겠다는 얘기나 다를 바가 없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및 주택가격 상승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로 들며 적극적인 대응의 필요성을 비교적 장시간 설명했다.

갑자기 경기회복이 U자에서 V로 바뀐 것도 아닌데, 이 총재는 왜 '출구'쪽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일까. 시장에선 이를 '이 총재의 임기 내 결단'쪽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시장관계자는 "지난해 금융위기 수습과정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어쨌든 지금의 과잉유동성은 이 총재가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그런 만큼 떠나기 전 스스로 바로잡고 싶을 것이다"고 말했다. 일종의 결자해지(結者解之)같은 심리일 것이란 얘기다.

사실 지금의 과잉유동성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버블로 이어질 것임을 자명한 일. 40여년 정통 '한은맨'으로서 평소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선제적 통화정책을 강조해 온 그로선, 결코 버블의 불씨를 남긴 채 떠나고 싶지는 않을 터. 어떻게든 퇴임 전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환수함으로써, 거품의 싹을 잘라낼 필요성을 느낄 것이란 얘기다.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차기 총재의 부담을 덜어주는 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의 관계는

이 총재의 가장 큰 부담은 정부와의 관계다. 그가 작심하고 금리인상 카드를 뽑으려 해도, 정부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출구전략에 관한 한 한은은 지금 고립무원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경기회복세가 공고해질 때까지 적극적 재정ㆍ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고,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은 10일 회장단회의에서 "출구전략 시행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출구전략은 시기상조"(8월26일)란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이 총재가 금리인상 카드를 뽑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이유도 바로 이런 정황 때문이다.

하지만 이 총재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을 시행하는 쪽에서는 시장이나 정부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의견이 갖는 의미와 주장의 근거를 충분히 이해하고 평가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실제 판단과 집행은 결국 우리 몫이며 출구전략에 대한 국제공조 역시 어떤 시점에서 무엇이 적절하느냐는 그 일을 책임지는 사람의 몫"이라고 말했다. 누구든 얘기할 수는 있겠지만 금리를 올릴지 말지는 어디까지나 금통위와 한은 고유의 몫이란 얘기다. 대통령까지 조기 출구전략시행에 반대입장을 표명한 상황에서, 이 총재가 이렇게까지 얘기한 것에 대해 금융권에선 상당히 놀라는 반응이다.

사실 이 총재로선 '연임'에 대한 부담이 없다. 어차피 '연임불가'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이 총재로선 정부와의 마찰도 크게 걱정할 까닭이 없다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만약 임기가 많이 남았거나 혹은 연임문제가 걸려 있다면 분위기는 좀 달라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게 일반적 정서다.

물론 한은에선 이 총재의 금리인상시사 발언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한은 관계자는 "원론적 언급이었을 뿐 금리를 당장 올리겠다는 얘기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사실 주택시장만 진정된다면, 혹시 경기회복속도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인다면, 금리인상은 얼마든지 늦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은 이 총재의 10일 발언을 계기로 금리인상시기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끼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채권담당 애널리스트는 "내년 이 총재의 퇴임 전, 지금 분위기라면 단 0.25%포인트라도 연내 금리인상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배경엔 경제펀더멘털 외에 이 총재의 임기나 개인적 고뇌가 작용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