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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세계화를 디자인하라] <1> 놀부NBG 김순진 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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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세계화를 디자인하라] <1> 놀부NBG 김순진 회장 인터뷰

입력
2009.09.13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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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1987년 서울 신림동의 5평짜리 가게에서 1인 기업 놀부보쌈집으로 시작한 놀부NBG의 과거를 이야기 한다. 하지만 정작 11개 외식 브랜드를 통해 전국 289개 매장에서 고객과 만나고 있는 이 회사의 현재와 '글로벌 외식 전문기업'을 꿈꾸며 2008년 베이징(北京)에 500평 규모의 초대형 한정식 레스토랑 수라온을 연 이 기업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이들은 드물다. 하여 '한식, 세계화를 디자인하라' 시리즈의 머리에 놀부NBG를 이끌고 있는 김순진 회장을 올렸다.

"호떡이나 붕어빵이 안흥찐빵이 초코파이처럼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지 말라는 법이 있나요."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 회장 집무실에서 만난 김 회장은 마치 기다린 듯 한식 세계화에 대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놨다. "한국이나 놀부NBG나 바로 이런 자신감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김 회장은 놀부NBG가 지금처럼 커지기 전부터 꿈을 꿔 왔다. "1991년 말레이시아에 해외 1호점을 냈어요. 손님이 많아 장사는 잘 됐지만 여러 가지 문제에 부닥쳤죠." 가장 큰 장애물은 낮은 국가 이미지와 지원의 결여였다.

"그때 레스토랑에 대형 TV를 설치하고 한국의 사계절을 보여 줬는데 고객들의 반향이 컸어요. 하지만 정작 관련 부서에서는 포스터나 영상물 테이프 한 장 속 시원히 지원해 주는 법이 없었죠."

그렇다고 정부 지원만을 기다리면서 좌고우면하지는 않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서울시 강남구 반포동에 200평 규모의 고급 한식당 '놀부 명가'를 열면서 김 회장의 꿈은 익어 갔다. "월드컵이라는 국가적 행사를 치르는데 많은 외국 손님들을 한번에 편히 모실 제대로 된 한식당이 없는 게 정말 가슴이 아팠죠."

그는 놀부 명가 공사에 앞서 제일 먼저 '일월오악도' 병풍을 재연한 대형 무대를 꾸몄다. "시작할 때부터 아예 궁중 무용이나 전통 음악을 담당할 공연팀을 직원으로 채용했죠. 많은 사람들이 비용 문제를 들며 반대했지만 밀어 부쳤어요. 우리 손님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한국 전통 문화를 제대로 소개하는 것도 중요했기 때문이죠."

그런 그의 결단은 호떡 위에 아이스크림을 얹은 근사한 한국식 디저트를 서울 수라온(놀부 명가에서 이름 변경)은 물론, 중국 베이징(北京)에서도 맛볼 수 있게 하는 결실로 이어졌다. "2008년 7월 베이징 리두에 수라온을 열며 동포들로부터 '이제야 중국 친구들에게 자랑할 만한 한식당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정말 그간의 모든 피로와 노력이 씻은 듯 잊혀졌습니다."

베이징 수라온은 김 회장의 땀과 노력이 밴 산물이다. "일본이나 말레이시아 진출 경험이 많은 우리조차 외국에 제대로 된 한식당을 여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요. 인가부터 인테리어며, 직원 고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을 국가 차원의 정확한 정보 베이스 없이 해 나가려니 힘에 부치더군요."

그러나 그는 결코 멈춰서지 않는다. "올해 7월 싱가포르에 연 '놀부 항아리 갈비점'은 손님들이 줄을 서고 있다는 보고를 듣고 있어요. 그럴 때마다 '우리가 진정 그 손님들을 제대로 모실 준비가 돼 있나'고 홀로 묻게 됩니다. 아직 놀부NBG가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합니다."

그는 놀부NBG가 단순한 외식 프렌차이즈 기업으로 남기를 바라지 않는 듯 보였다. 호주나 뉴질랜드, 미국에서도 이제 놀부를 만날 수 있다. 편의점과 홈쇼핑 등을 통해서 팔리고 있는 편의식 제품들이 바로 그것. 거기에 '놀부 약선 김치'와 '놀부 영광굴비 고추장'에 이르는 다양한 한식 상품군 개발 및 판매까지 그의 머리 속은 온통 한식 세계화와 산업화에 맞춰져 있었다.

"놀부NBG가 한국을 대표하는 외식 산업체로 세계에 우뚝 서기까지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너무 많아요. 대기업처럼 막강한 자금력이나 영향력이 우리에게는 없지만 분명한 '소명'이 있기에 그 길을 가려 합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 "외식 전문 조리인력 양성 프로그램 절실"

김순진 회장은 한식 세계화의 선구자다. 그런 만큼 인터뷰에선 외식 산업 진흥과 전문 인력 양성 등에 대한 문제들이 제기됐다.

김 회장은 "음식으로 먹고 산다는 것은 식문화를 잘 가공해서 상품화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외식 산업이 맛과 전통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외식 산업을 위해서는 기본이 되는 조리 인력과 양성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크게 부족하다"며 "이 같은 일에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에서 근무하는 전문 조리 인력의 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웅규 교수

■ 문화유산 요청·세계화 프로젝트…각국은 '음식 전쟁중'

세계는 지금 ‘음식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민간외식기업이 전방에서 뛰고 있다면 각국 정부는 세계문화유산 지정 등을 위한 노력과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통해 후방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세계문화유산 지정은 멕시코가 가장 먼저 추진했다. 자국의 고유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멕시코는 정부 차원에서 사상 최초로 2004년 9월 유네스코에 멕시코 음식의 인류문화유산 지정을 요청했다. 그리고 2005년 초에 이 분야 최초로 세계문화유산을 신청했다가 지정에 실패했다.

하지만 현재 인류문화유산 후보로 올라 있는 상태다. 이어 지중해 연안 4개국인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모로코가 2008년 6월 유네스코에 전통 ‘지중해식 요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국은 더욱 적극적이다. 후난(湖南) 요리 대가인 후주윈(許菊雲)은 “정부가 음식 관련 세계문화유산 등록 신청 입장을 공식 표명하지 않을 경우 단오절 인류문화유산 등록을 한국(강릉단오제)에 빼앗긴 것과 같은 일이 재연될 수 있다”며 정부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음식 강국 프랑스도 예외는 아니다. ‘프랑스식 요리법’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공식 인정받아 전 세계 90개국, 8,000만가구에 프랑스적 가치를 전달한다는 계획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음식 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각국 정부의 정책도 다양하다. 이미 초밥을 고급 요리로 자리 잡게 한 일본은 2010년까지 전 세계 일식 애호가를 12억명으로 늘리는 ‘일식 인구 배증 5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글로벌 타이 레스토랑(Global Thai Restaurant) 프로젝트를 통해 전문 요리사 양성기관 설립 및 해외 음식점 확대를 지원해 오던 태국은 태국 음식 세계화 프로젝트인 ‘kitchen to the world’를 벌이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정부 주도 하에 ‘잘 먹고, 더 잘 마시자’를 추진하면서 외국인 전문 요리학교를 설립하는가 하면 전 세계 이탈리아요리 식당에 정부 추천 인증제를 도입했다.

세계한식요리경연축제 집해위원장 이웅규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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