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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섬' "엄마, 쫓겨난 그 남자는 어디로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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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섬' "엄마, 쫓겨난 그 남자는 어디로 갔어?"

입력
2009.09.13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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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민 그레더 지음·김경연 옮김/보림 발행·40쪽·1만2,000원

"남자는 그들과 같지 않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나와는 다른, 미지의 존재에 가해지는 집단의 폭력에 관한 것이다. '예쁜 공주는 멋진 왕자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는 동화책의 뻔하고 위선적인 레퍼토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저자는 자극적인 표현이나 어려운 단어 없이도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는 아마 아이들도 미화되지 않은 세상을 그대로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파도에 밀려 벌거벗은 채 섬에 닿은 한 남자가 있다. 사람들은 정체불명의 그 남자를 '뭔가 다르다'는 이유로 두려워하다가, 염소 우리에 가두기로 한다. 어부를 포함한 소수는 그와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집단의 의견을 바꿀 수는 없었다.

남자는 배가 고팠다. 우리를 빠져 나와 먹을 것을 구걸했다. 사람들은 탈출한 그를 더 큰 공포의 대상으로 바라봤다. 그는 아무런 위해도 가하지 않았을 뿐더러 왜소했다. 그러나 결국 남자는 섬 사람들에 의해 바다로 쫓겨났다. 그를 옹호했던 어부의 배도 불태워졌다. 사람들은 섬 둘레에 높은 장벽을 쌓아 이후 아무도 섬을 알 수 없게 해버렸다.

이방인, 배타적인 주류 사회, 선동, 평화를 가장한 더 큰 불안. 현재 우리의 이야기라 더 불편하고 아프다. 책에 실린 원색을 배제한 절제된 색감의, 뭉크의 '절규'를 보는 듯한 예쁘지 않은 그림들은 아름답지만은 않은 세상을 의도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보는 그림책이다. "엄마, 이 사람은 왜 다른데?" "남자는 어디로 간 거야?" 등 아이의 질문이 쏟아질 수 있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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