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폭주족? 이젠 어엿한 레이서! 폭주 전력 청소년들, 스쿠터 레이스 시범 출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폭주족? 이젠 어엿한 레이서! 폭주 전력 청소년들, 스쿠터 레이스 시범 출전

입력
2009.09.13 23:46
0 0

13일 국내 오토바이 레이싱 대회로는 유일한 코리아스쿠터레이스(KSCR) 챔피언십 3라운드가 열린 서울 잠실의 스피드트랙. 오후 2시께 시작된 '시티(citi)전'에 8대의 오토바이가 출전해 굉음을 내며 힘차게 트랙을 출발했다.

8번 김모(18)군이 2번 윤승용 선수를 간발의 차로 앞서 나갔다. 600m 트랙을 15바퀴 도는 경기에서 9바퀴까지 김군은 시속 80㎞ 정도의 속도를 내며 아슬아슬한 차이로 1위를 유지했다. 펜스에 바짝 붙어 경기를 지켜보던 김군의 아버지 김명수(48)씨는 혹시라도 아들이 넘어지지나 않을까 마음을 졸였다.

장내 아나운서는 "고등학생 4명이 처녀출전 했지만 정식 선수들과 막상막하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분위기를 돋웠다. 김군은 10바퀴째에 윤 선수에 추월 당한 뒤 3위로 경기를 마쳤다. 아버지 김씨는 "무사히 경기를 마친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오랜만에 부자(父子)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이날 '시티 전'에 참가한 선수 8명 중에서 김군 등 4명은 과거 폭주 전력이 있는 고교생들. 서울지방경찰청과 오토바이업체 대림자동차가 폭주족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기 위해 지난달 말 폭주족 청소년 40명을 대상으로 마련한 레이싱 교육에서 성적 우수자로 뽑혀 대회 출전까지 하게 됐다.

다른 세 종목과 함께 열린 '시티 전'도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이날 처음 마련된 시범 종목. 대림자동차가 만든 110cc 오토바이인 시티는 청소년 폭주족들이 가장 많이 타는 기종으로 배달용 오토바이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대림자동차는 폭주족 청소년들이 오토바이를 건전한 모터스포츠로 즐길 수 있도록 시티 전을 정식종목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폭주족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지만, 이들은 일반 가정의 평범한 청소년들이다. 이날 경기에 참가해 5위에 오른 박모(18)군은 학교에서 부회장을 맡고 있고 학업 성적도 뛰어나다. 김군은 중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로 스스로 용돈을 벌어 쓰고 있다. 김군은 "오토바이를 자유롭게 타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이제는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김군과 박군은 각각 3위와 5위로 호명돼 시상대에 올랐고 나머지 2명은 아쉽게 6위와 8위에 그쳤다. 이들을 가르쳤던 염기희(41) 스피드트랙 소장은 "야생마처럼 달리던 아이들이 이제 준마가 된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대림자동차측은 이들이 앞으로도 레이싱 대회 출전을 원한다면 계속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희경 기자 kbstar@hk.co.kr

제보를 기다립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